신재일 수필가

이번 설을 앞두고 직원들과 함께 전통시장 장보기를 했다. 직장에서 하는 장보기 행사에 동참한 것이다.

오랜만에 전통시장을 구경하게 되어 기대를 하였다. 어려서부터 시장 특유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좋아했다. 우리 같은 나이든 사람에게는 뒷골목과 같은 시장이 필요하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검색이 어둡기 때문에 현장에서 물건을 보고 사야 하는데 정가로만 판매하는 현대화 된 마트만으로는 필요한 물품을 구하기 어렵다.

몇 년 전에 서울과 세종시에서 이어서 근무를 했었다. 두 도시를 비교해보니 서울 구도심에 있는 노점상들이 세종시에는 없어서 불편했다. 그래서 인근 공주시에 원정 쇼핑도 몇 번 했다. 전통시장은 도시의 역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탄생하였기 때문에 신세대가 많이 사는 신도시에는 없는 듯 하다.

최근 고향인 포항에서 죽도시장을 몇 번 이용하였지만 다른 곳에서는 별로 이용하지 않았다. 가끔 구할 수 있는 시장상품권도 전통시장에서 쓰지 않고 집 근처 일반 마트에서 사용했다. 장 보러 갈 시간을 내기 어렵고 주차도 불편했기 때문이다 .

안내하는 직원을 따라 경북 북부지방에 있는 모 전통시장에 갔다. 직원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시장이라고 한다. 공용 주차장이 시내 중심가에 있지만 요금도 저렴하였다. 입구에는 시장의 유래를 설명한 안내판도 있다. 시장 중심지에 사진을 찍기 위한 기념물도 있다. 시장을 관광지로 조성하려는 노력으로 보였다.

그러나 막상 상품을 고르려 하니 상품 구색이 다양하지 못하다. 명절이라 그런지 과일이나 제수용품 위주였고 가격표시 등이 잘 되어 있지 않았다. 집을 떠나 혼자 근무지에서 생활하는 직장인이 현실적으로 이용할 공산품은 별로 없다. 하긴 보통사람들은 이런 공산품을 사러 시장에 가지는 않는다.

시설 현대화도 무엇인가 부족한 것이 많이 보였다. 지붕에 아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단조로왔다. 시장에 설치된 조형물들도 오랫동안 관리가 안 되었는지 먼지가 묻어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컨텐츠가 부족하다. 죽도시장의 어시장과 같은 시장 고유의 볼거리는 별로 없었다. 시장에 온 김에 묵자골목 같은 곳을 찾아서 가보고 싶었지만 개인행동을 할 수 없어서 아쉽지만 포기하였다. 사실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동력을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직원들에게 명절 선물로 주기 위한 해산물을 샀다. 내륙지방의 시장에서 해산물을 산 것은 아이러니다. 가격도 대형마트보다 조금 비싼 것 같았지만 다른 시장에서 볼 수 없는 것 같은 제품을 고른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만 있는 제품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다른 정보가 없으니 어쩌랴.

10여 년전 태국에 여행을 갔다가 직원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현지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산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귀국 후 집 근처 대형 마트에서 똑같은 제품을 발견하고 황당해했던 기억이 있다. 더구나 가격도 더 저렴했다. 관광지의 바가지에 당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안 좋았다. 요즘은 수출입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보니 상품의 이동이 자유롭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해서 배달하는 상품이 많다.

전통시장도 같은 시장이지만 다른 시장의 힘에 밀려나는 현상이 보인다. 노력을 하지만 경쟁력이 처지는 것 같다. 대형 자본을 이길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전통시장들 간에도 차이가 많이 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한 죽도시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시장은 편리성 보다는 다른 것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특화된 상품이나 지역적 스토리 등으로 관광객도 모아야 한다. 그렇더라도 시장 특유의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전통시장은 아직 코로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은 듯하다. 설날 이후 실내 마스크를 벗게 되었다고 하는데 활기를 되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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