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前 美국무 자서전서 밝혀

金 ‘미군 떠나면 중국이 북한을 신장 취급’ 우려
리틀 로켓맨으로 지칭하자 리틀은 싫다 해

협상 때 45분마다 '중요전화'라며 담배 피러 가
2019년 6월 남·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에 앞서
문 전 대통령, 폼페이오에 직접 여러 차례 전화
金, 文에 할애할 시간 없었고 존경하지도 않아
트럼프와 만남 때 문 전 대통령 동행도 꺼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3월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중국 공산당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북미 협상에 깊이 관여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회고록 ‘한 치도 물러서지 말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Never Give an Inch,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에서 2018년 3월 30일 첫 방북길에 김 위원장과 대화한 상황을 묘사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회고록에서 폼페이오 전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도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점을 김 위원장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가 "중국 공산당은 늘 미국에 미군이 한국을 떠나면 김 위원장이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한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이 신나서 손으로 탁자를 치면서 "중국인들은 거짓말쟁이"라고 외쳤다고 썼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며 중국 공산당은 한반도를 티베트와 신장처럼 다룰 수 있도록 미군이 철수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는 "김정은은 (중국으로부터의) 보호를 필요로 했다"며 "한반도에서 미국의 미사일이나 지상 전력이 증강되는 것을 북한인들은 전혀 싫어하지 않는다"고 기록했다.

이 대화를 근거로 폼페이오 전 장관은 한반도에 미국의 미사일과 지상군 전력을 강화해도 북한이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폼페이오는 김 위원장에게 핵무기를 포기해도 정권과 목숨을 잃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와 달리 북한 정권이 생존할 수 있으며 번영할 것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했다고 첨언했다.


김 위원장은 45분마다 '중요한 전화'를 받기 위해 대화를 중단했는데 이 전화는 애연가인 김 위원장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였다고 폼페이오 전 장관은 전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협상을 타결하면 미국 마이애미의 해변으로 초청해 세계에서 가장 좋은 쿠바산 여송연을 피울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난 이미 카스트로 일가와 훌륭한 관계다"라고 말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만났던 순간의 일화도 회고록에 담겼다. 트럼프가 자신이 영국 가수 엘턴 존의 노래 제목을 따서 김정은에게 "리틀 로켓맨"이란 별명을 붙인 것은 좋은 뜻이었다고 말하자, 김정은은 "'로켓맨'은 오케이. '리틀'은 낫 오케이"라고 답했다고 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열린 미국, 한국, 북한 3자 정상 간 만남이 이뤄진 과정에 관해서도 기술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이 3자회동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이 역사적 만남에 참여하겠다고 요구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고 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만 만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고 문 전 대통령은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이 문 전 대통령에게 할애할 시간이 없었고 문 전 대통령을 존경하지도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끝없이 당근(회유책)만 강조하고 채찍(강경책)은 없었다"며 한미 간 대북 접근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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