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8일째

양국 사망자 수 3만7000명 넘어... 우울한 상황 속
13세 소년 182시간 만에 생환 등 기적 같은 소식도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 7개 지역 구조활동 종료
시리아 북서부서도 생존자 수색·구조 활동 중단

“지진 잔해 속 생존 가능성 9일 후엔 0%에 가까워”
구조 단계 지나고 이제는 인도주의 단계 접어들어

1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어머니가 지진 발생 177시간 만에 구조되자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어머니가 지진 발생 177시간 만에 구조되자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강진이 덮친 지 8일이 지나면서 사망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양국 공식 사망자 집계는 13일(현지시간) 3만7000명을 넘어섰다. 생존자 구조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는 상황에서도 기적적인 생환 소식은 이어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제는 구조 단계가 끝나간다고 진단했다. 

AFP 통신은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 등 7개 지역에서 구조 작업이 종료되면서 이제 매몰자 구출보다는 살아남은 생존자들에 대한 후속 지원 쪽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dpa 통신 등 외신들이 집계한 두 국가의 사망자 수는 3만7000명 이상으로 2003년 이란 대지진(사망자 3만1000명)의 피해 규모를 넘어섰다. 시리아의 경우 내전으로 정확한 통계 작성이 어려워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은 21세기 들어 역대 6번째로 많은 인명 피해를 낳은 자연재해로 기록됐다.
이런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기적 같은 구조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며 한 줄기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이날 튀르키예 남부 카흐라만마라슈에서 10세 소녀가 건물 잔해에 갇힌 지 183시간 만에, 하타이주 마을에서 13세 소년이 182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또 이날 안타키야에서 매몰된 지 176시간이 지난 여성이, 가지안테프주의 마을 이슬라히예에서는 40대 여성이 매몰 170시간 만에 잔해 밖으로 나왔다.
이 여성이 구조되기 몇 시간 전 아디야만주의 작은 마을 베스니에서도 60대 여성이 살아서 돌아왔다.

한국 긴급구호대는 이날까지 총 8명의 생존자를 구조했으며 시신 18구를 수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더는 '기적'이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진 피해 지역이 몰려있는 시리아 북서부의 반군 장악 지역에선 생존자 수색·구조 활동마저 사실상 멈췄다. 이 지역의 유일한 구조대인 '하얀헬멧'도 지난 10일 구조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에두아르도 레이노소 앙굴로 멕시코국립자치대 공학연구소 교수는 AP통신에 "현시점에서 생존자가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잔해에 갇힌 사람은 5일이 지나면 생존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고, 예외는 있지만 9일 후에는 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알렉산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비상계획 교수 역시 이날 "잔해에서 살아 있는 사람을 구해낼 기회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지 추운 날씨 탓에 생존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전날 밤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의 기온은 영하 6도까지 떨어졌다.

지진 생존자들마저도 영하의 추위와 배고픔, 추가 여진 우려, 식수 부족, 열악한 위생 상태 탓에 '2차 재난' 고통을 겪고 있다.

CNN에 따르면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구호 담당 사무차장은 이날 시리아 북부 알레포를 방문한 자리에서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구조 단계가 끝나가고 있다"며 "생존자 수색 및 구조에 대한 희망이 옅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인도주의 단계로 들어섰다"며 2차 희생을 막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튀르키예 남부 아디야만에서는 전염성이 무척 강한 피부병인 '옴'이 발병하고, 어린이들은 설사에 시달리고 있다고 현지 언론매체들이 보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약탈 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튀르키예 8개 주에서 하루에만 최소 48명이 약탈 등의 혐의로 체포됐고, 하타이주에서는 구호단체 직원을 사칭해 트럭 6대분의 식량을 가로채려 한 사건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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