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내차는 아직 휘발유차다. 휘발유차가 아닌 차는 한 번도 몰아보지 못했다. 새 차로 바꿀 수 있다면 한번 쯤 다른 연료로 굴러가는 차로 바꿔 보고도 싶지만 요즘 승용차 가격이 많이 올라 엄두를 낼 수 없다. 지금 몰고 있는 차가 잘 굴러가고 있는데도 억지로 바꾸는 것은 지나친 사치다.

30여 년 전 처음으로 운전 할 때만 해도 승용차는 당연히 휘발유차였다. 경유는 용달트럭과 같은 생계형 영업차의 연료였다. LPG 차도 영업용이나 장애인용과 같은 특별한 사람만 타는 차였다.
요즘은 차의 연료의 종류가 많다. LPG나 경유차도 있고 수소차나 전기차도 개발되었으며 이들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차도 있다. 어떤 원리로 굴러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북한에는 목탄차도 있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니 유가등락에 민감해진다.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지만 승용차를 몰지 않을 수는 없어서 기름 값에 신경을 쓰게 된다. 특히 휘발유 가격에 예민하다. 지나가다 주유소를 보면 습관적으로 휘발유 가격을 본다. 이 주유소의 휘발유가 비싼지 저렴한지를 감각적으로 알게 된다. 특히 대구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기름 값이 싸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대구에서 기름을 넣으려 한다.

그러나 경유나 LPG의 가격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감각이 없다. 한 번도 넣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에 주유소에서 경유가 훨씬 저렴하다는 느낌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대는 완전히 달라서 별개의 분야였다.

경유차에 대한 낭만도 있다. 어릴 때 내가 사는 시골지역으로 군용트럭이나 덤프트럭들이 많이 다녔는데 경유를 쓰는 트럭의 배기가스에서 나는 냄새를 좋아했다. 불완전 연소 때문이었는지 기름 특유의 냄새가 기분을 좋게 했다. 지금 생각하니 본드처럼 환각작용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군대에서 경유로 난방을 하는데 저질 기름이라 그으름 때문에 연통이 막혀 고생을 하면서 경유의 환상이 깨졌다. 경유차의 배기가스는 대기오염을 심화시킨다. 한때 서울에 낡은 경유차를 진입하지 못하게 한 사실도 있었다. 요즘은 불순물도 없앴고 요소수를 사용하면서 오염문제가 많이 해결된 것 같다.

사실 경유와 비교해서 휘발유가 더 고급기름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휘발유는 승용차에 특화된 기름이다. 승용차 엔진은 휘발유에 맞추어 개발된 것이기 때문이다. 승용차가 없다면 휘발유는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초기에는 휘발유에 납을 넣어서 노킹을 방지했기에 심각한 대기오염도 일으켰다. 요즘 주유소에 표시된 무연휘발유라는 말이 이런 납이 없는 휘발유라는 말이다.

휘발유 값이 비쌌던 이유는 세금 때문이라고 한다. 원가보다 세금이 더 많다는 말도 있다. IMF 때인가 경유가 한 번 휘발유보다 비싸게 되었는데 어느 신문 만평에서 이를 비꼰 내용을 본 기억이 있다. 그 후 다시 휘발유가 비싸게 되었다가 작년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유의 수급이 불안정하고 휘발유 세금이 인하 되면서 휘발유 가격이 경유보다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1년 가까이 경유가 더 비싼 상태에 있다가 최근 다시 역전하게 되었다.

작년 연말 해가 바뀌면 휘발유에 붙은 세금이 조정되어 휘발유 가격이 많이 오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가 바뀌었는데도 바로 폭등하지 않고 서서히 올라서 긴가민가했는데 그럼에도 꾸준히 올라서 결국 경유보다 비싸게 되었다. 다만 경유와 비교는 예전보다 덜 민감해진 것 같다.

주유소에서 오랜만에 경유보다 비싼 휘발유를 넣으면서 경유와 휘발유 가격에 얽힌 추억을 되살려 보았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