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봄 날씨가 이상해졌다. 지난 주말에는 겨울에 추위로 고생한 기억이 가시지 않았지만 갑자기 기온이 많이 올라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 운전 중 차에 에어컨을 켜야 했다. 시내에 벌써 반팔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도 보였다.

기후변화로 요즘 겨울과 여름이 길어지고 봄·여름이 짧아진다는 말이 떠올랐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3월에 바로 여름 날씨는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기상청에서 이어지는 날씨는 비가 오고 나서 기온이 내려갈 것이라고 예보했는데 예보대로 일요일 오후에 비가 와서 기온이 큰 폭으로 기온이 내려갔다. 이번에 내린 비로 최근 전국을 휩쓴 산불 문제가 해결되어 한시름 놓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는 기상청의 예보가 나름 정교해졌다고 생각했다. 더워졌다가 비가 오고 다시 추워지는 패턴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내린 비의 양이 적다는 이유로 기상청에서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런 현상을 보며 항간에 떠도는 날씨에 대한 말들과 기상청의 예보 능력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옛날부터 날씨에 대한 격언을 많이 들었다. 인류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서 경험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나름 이치가 있는 말이지만 구체적인 숫자로 표현되지 않아 실제로 써먹지는 못한다. 이에 비해 기상청의 예보는 과학적인 관측과 데이터에 의하여 예측하였고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내기 때문에 실제로 써먹을 수 있다.

이번 날씨 변화로 널뛰기 날씨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널뛰기는 최근 날씨 뿐만 아니라 올겨울 날씨가 모두 해당되는 것 같다. 따뜻해지는 최근 겨울 날씨와는 반대로 지난 겨울에는 최강 한파를 몇 번 기록했는데 지구 온난화 현상과 맞물려 있다고 한다.

날씨 변화에 어김없이 이상기후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언제 부터인가 하도 많이 들어 무감각해지는 단어다. 사실 기후변화는 누구나 문제로 인식하지만 과장과 과잉 반응이 많아서 주장하는 사람이 양치기 소년이 된다. 특히 기후예보에 ‘역대급’이라는 표현을 자주 듣는데 막상 겪어보면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쳤으나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 뿐이라는 뜻으로, 예고는 거창하게 했으나 결과가 보잘것없음을 이르는 말)인 경우가 많다 보니 신뢰를 잃는다. 물론 그렇다가 큰 코 다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날씨는 복잡한 현상이다. 아주 미세한 변화에 의한 연쇄 효과로 구체적인 수치나 시간 등에는 오차가 심하다. 나비효과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지금 기술로는 아무리 돈을 더 들여 최첨단 기계를 갖춘다고 하여도 더 이상 정확하게 맞추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한계를 단순히 기상청의 능력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다. 세금이 아깝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가끔 오보가 발생하면 오보청이라면서 기상청을 폐지하자는 사람도 있다. 막상 기상청이 없으면 발생할 불편과 혼란을 생각하면 무책임한 주장이다.

이들도 기상청의 예보가 인간의 경험보다 정확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어쩌다 나오는 오보를 크게 과장한다. 어설프게 아는 지식으로 비판한다. 스스로 날씨의 메카니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대는 정보의 홍수시대다. 요즘 인터넷으로 정보의 접근이 수월해지면서 기상에 대한 자료도 쉽게 얻을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 기상청 사이트의 발표를 보고 우리나라 기상청의 발표와 비교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런 지식은 깊이가 없다. 사실 대부분의 전문분야는 알수록 스스로 더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 정확하게 아는데는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비용과 노력보다는 주위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얄팍하게 아는 지식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다 보니 가짜 뉴스가 더 판을 키운다. 가짜뉴스는 자극적인 사실만을 나열하여 사람들의 주목을 끈다.
엉터리 정보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엉터리 정보나마 알아야 하나. 사실 이런 정보는 모르면 오히려 바보가 될 수 있는 정보들이다. 아는 것이 힘이 될 수도 있고, 모르는 것이 약이 될 수도 있는 세상이다.

요즘 인공지능(AI)이 뜨고 있다. 사람이 하는 많은 전문 직업이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챗GPT라는 프로그램은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 논문 작성, 번역, 노래 작사·작곡, 코딩 작업 등 광범위한 분야의 업무 수행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챗GPT가 과연 날씨까지 맞출 것인가. 챗GPT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알았던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의 지식은 완벽하지 못하다. 벌써부터 이용한 사람들이 이상한 답변을 받은 경험담을 말하고 있다. 어설프게 아는 것이 문제인 것은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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