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숙 작가

“참으로 좋은 의견이오. 그러나 의견보다는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오.
지금까지 게으르게 생활해 왔는데 갑자기 부지런해진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오. 조금씩만 노력해 주시오.
얼마 전, 사절단이 전해온 보고에 의하면 수백 년 동안 세상은 조금씩 보이지 않게 발전하다가, 최근 50년 동안 급속하게 변하여 우리보다 앞서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도깨비 나라는 수백 년 동안 그대로인데,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르게 변한다고 하니 좋은 생각을 모아서 며칠 후에 회의를 합시다.
특히 학자들은 우리 도깨비 나라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시오.”도깨비 왕의 길몽이 도깨비 나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모두 궁금해 했어. 그러면서도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할 시기임을 눈빛으로 다짐했지.

2. 도깨비 나라 학교

도깨비 나라 학자들이 모여서 의논을 했어.
“사람들이 우리 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수명도 짧고 방망이도 없는데, 불과 50년 만에 우리보다 앞선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사람들은 수백 년 동안 서로 싸우며 살아왔습니다. 조금만 세력이 커지면 땅따먹기 하기 위해 서로 전쟁을 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에, 우리는 사람들이 어찌 사는지 관심도 없었고 눈여겨보지도 않았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수많은 전쟁을 겪다보니 살고자 노력을 했을 겁니다. 최근 50년 동안 어떻게 급속하게 변했는지 나 역시 궁금합니다.”
“사절단을 보내어 세상 사람들과 살고 있는 학자 세 사람만 불러오게 하시는 건 어떠한지요? 그 동안 우리가 무관심했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학자들이 보낸 사절단들이 열심히 돌아다녀 사람들과 같이 사는 학자 세 분을 모시고 왔어.

“갑작스런 호출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생각지도 못한 호출이라 놀라셨을 줄 압니다만, 마음이 급하여 직접 오시라고 했습니다.”
“우리들은 100년 전에 대왕의 명을 받고 사람들과 살았습니다. 그동안 여러 번 소식을 전해드리긴 했지만, 직접 오라고 부르신 것은 처음입니다.”
“대왕께서 부르신 게 아니라 우리들이 불렀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대왕께서 우리 도깨비 나라의 미래가 걱정이 되어서 어떻게 사는 게 좋은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의논하라고 하셨지요. 인간 세상은 어떠합니까?”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매일 매일이 전쟁입니다.”
“전쟁이라니요? 아직도 서로 싸운단 말입니까?”
“그게 아니라 머리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머리싸움이라니요? 지식을 겨룬단 말입니까?”
“사람들은 컴퓨터를 발명해서 사용하는데 그 성능이 도깨비 방망이 보다 뒤지지 않습니다.”
“뭐라고요? 불과 50년 만에 그럴 수가 있습니까?”
“컴퓨터도 장단점이 있지요. 공부에 도움도 되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하여 편리한 건 사실이지만, 전쟁이 날 경우 피해가 심각합니다.
나라마다 욕심이 가득차서 나쁜 곳에 사용하려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지요. 아이들은 마음대로 뛰어놀지도 못하고 다람쥐쳇바퀴 돌 듯 집과 학원만 오가며 생활해서 안타깝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뛰어다니고 씨름하고 나무에 오르내리며 놀기만 하는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좀 자세히 해 보시오.”
“태어난 지 2년이 지나면 어린이집에 맡겨져서 집단생활을 하고, 조금 지나면 유치원에 들어가 또 집단생활을 합니다. 부모에게 예의가 무엇인지, 용기가 무엇인지, 배려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배우기도 전에 다른 나라 말을 배우고 기계를 만지며 놉니다.
인격체가 완성된다는 시기에 여러 가지 공부를 배우는데, 별을 보고 학교에 가고 별을 보고 집에 올 만큼 공부만 합니다.”
“사람들은 이해 할 수가 없군요. 컴퓨터를 발명해서 세상이 변해 잘 살게 되면 뭐합니까? 어른에게 예의바르게 공경하고 약속을 목숨처럼 잘 지키는 우리 도깨비 나라가 바른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른을 공경하는 예의범절은 50년 전부터 사라지고, 약속은 깨어지라고 있는 것이라며 무시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사람들이 어쩌다 그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안타깝습니다.”
“자만심이 가득차고 욕심이 많은 우월주의자가 많아 벌 받는 것입니다.”
“그건 무슨 뜻 입니까?”
“우리 도깨비들도 엄연히 인격이 있고 사람과 똑 같이 말도하고 걸어 다니고 생각을 하는데도, 아직도 우리를 낮추게 부르는 것은 짐승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짐승들은 걸어 다니지도 못하고 말도 못해서 한 마리 두 마리라고 불리는 게 당연하지만, 멀쩡한 인격체를 가진 우리를 도깨비 한 마리 두 마리하고 부르는 것은 부당합니다. 나름대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도깨비님이나 도깨비마마라고 호칭이 바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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