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얼마 전 가족들이 휴가를 맞아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다. 제주도 여행보다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국내 물가가 너무 올라 함부로 여행을 못한다.
나는 휴가를 내지 못해 동참하지 못했지만 대신 은행에서 환전을 하여 주었다. 동남아 물가를 감안하니 1달러 지폐가 가장 필요했다. 그러나 은행지점에 보유분이 없다며 50장 이상은 바꿔주지 않았다. 대신에 100달러 지폐는 많으니까 얼마든지 바꿔 준다고 한다. 그러나 100달러짜리는 써먹지 못할 것 같아 거절하였다. 미국의 실생활에서도 실제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고액의 돈은 카드를 쓰지 현금은 잘 쓰지 않는다. 하지만 동남아 같은 곳에서 함부로 카드를 쓰지 못한다. 무엇인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전한 현금을 쓰게 된다.

집에 와서 여행 준비를 하는 가족과 환전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집에 달러가 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몇 년 전 해외여행 후 남은 돈을 다시 원화로 바꾸지 못하고 그냥 보관한 것이다. 30달러 정도다. 환전해 봤자 몇 만원 밖에 안 되어 그냥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사이 환율이 올라 본의 아니게 환투기로 몇 천원 벌었다. 외국과 교역을 하려면 환율이 안정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변화가 심하면 경제가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물가가 오르는 이유 중에 환율인상도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보며 달러가 주된 통화로 쓰지도 않는 나라로 여행을 하면서 굳이 달러로 환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어쨌든 환전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외국 통화는 달러화다. 필요하면 은행에서 몇 백 달러는 쉽게 환전할 수 있다. 그러나 동남아권의 화폐는 그리 많지도 않고 환율이 안정되지도 않아 쉽게 환전하기 어렵다. 동네 은행에서 미국 달러로 바꾸고 현지에서 그 나라 통화로 환전하는 것이 한국에서 한 번 환전하는 것보다 저렴할 정도라고 한다.
이를 보면 비록 요즘 여러 가지로 경제가 어렵기는 하지만 동남아와 비교하면 그래도 우리나라 경제는 괜찮다는 사실이 다행이다. 그렇지만 일자리 문제는 심각하다. 좋은 일자리가 없어 청년 실업이 문제가 되고 있으면서 반대로 3D업종은 사람이 모자라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내국인은 아무도 이런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측면이다.
외국인들 중 동남아 지역 사람이 가장 많다. 동남아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번 돈은 모국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한다. 그들이 자국에 돈을 송금할 때 달러로 바꿔서 송금할 것이다. 이때는 100달러짜리 화폐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송금을 하면 지폐가 불필요할 수도 있다. 어쨌든 국내에 보유 중인 달러가 유출되는 것은 분명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송금하는 돈은 우리에겐 큰 돈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나라에서는 큰 돈이 될 것이다. 물가 차이 때문이다. 물가를 계산할 때 달러로 환산한다. 미국인이 쓰는 달러화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가끔 달러화의 횡포를 느낄 때가 있다. 미국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최악의 경우 그냥 달러를 찍어내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미국인도 있다. 세계경제야 어찌되었든 자신의 나라가 우선이라는 식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분통 터질 노릇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원화를 그렇게 하면 원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여 경제위기가 온다고 한다.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고금리도 근원적으로 미국인이 코로나 때 많이 푼 달러를 거둬들이는데 따른 여파다. 아직 미국에는 돈을 찍어내는 권력이 있다는 사실이 부럽다.

지난주에 우리나라가 경제규모 톱텐(10위)유지에 실패하여 13위로 바뀌었다는 뉴스가 있다. 원인으로 실물경제의 어려움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환율이 올랐기 때문에 달러로 환산하는 명목소득에서 손해를 본 것이다.
예전에 똑같은 환율 문제로 엔화가 하락하면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그 후에 실제로 우리가 일본을 추월했다는 뉴스는 아직 본 기억이 없다. 환율에 대한 체력에서 아직 우리가 일본을 이길 수는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 경제는 근본적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을 피해 갈 수도 없고 또한 국제경제에서 국가 간 불공정은 존재하는가 싶기도 하다. 아직 우리나라 경제가 갈 길은 멀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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