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사랑의집 모금함 마련하자
70~90대 어르신 100여 명
고스톱 치려던 동전까지 기부
“삶의 터전 잃은 이들 도와줘라”
3일간 110만원 모아 칠곡군 전달
김재욱 군수 “이재민에 큰 힘”



노령과 빈곤으로 무료 급식소를 찾던 70~90대 어르신들이 쌈짓돈을 모아 수해 복구 성금을 마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감동의 주인공은‘칠곡사랑의집 무료 급식소’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어르신 100여 명으로, 이들은 최근 발생한 집중호우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110만 원을 쾌척했다.

칠곡군은 지난 1일 김재욱 군수를 비롯해 무료 급식소 권차남 센터장과 이용 어르신들이 참석한 가운데‘수해 복구 성금 기탁식’을 개최했다.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이웃을 위한 어르신들의 뜻깊은 나눔은 급식소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70대 중반의 한 어르신으로부터 비롯됐다.

권차남(75) 센터장은 수해 복구 동참 방안을 고민하던 중 공공기관과 사회로부터 도움만 받던 어르신들에게 수해 피해 주민을 돕고 작은 나눔의 기쁨을 선물하고자 모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김치통에 구멍을 뚫고 A4 용지에“사랑의집 모금함”이라고 출력해 김치통에 붙여 모금함을 급조했다.

이어 또래 어르신에게 수해 피해 현황을 설명하면서 작은 정성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이에 어르신들은 주머니에서 지폐와 동전을 꺼내 모금함에 넣기 시작했고, 돈이 없던 어르신은 지인에게 돈을 꾸어서까지 동참하며 힘을 보탰다.

성금을 내지 못한 어르신들이 하루 더 모금함을 급식소에 놓아 달라고 요청하자 권 센터장은 모금 기간을 이틀 연장했다.

모금함에는 만 원과 천 원 지폐는 물론 경로당에서 화투를 치기 위해 아껴 두었던 100원과 10원 동전이 수북이 쌓이기 시작했다.

3일간의 모금이 종료되자 권 센터장은 급식소 직원과 함께 이색 모금함을 개봉하고 지난 1일 칠곡군에 전달했다.

이러한 어르신들의 뜻깊은 나눔은 여름휴가 중이던 군수까지 뛰쳐나오게 했다.

사연을 접한 김재욱 군수는 어르신들의 선행을 응원하고자 급식소를 찾아 기탁식을 열었다.

어르신의 동전을 전달받은 사회복지과 공무원과 은행 직원들은 동전 분류로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권차남 센터장은“어르신들이 나라와 다른 사람한테 도움만 받으며 살아왔는데 이렇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 감사하고 기뻐했다”고 했다.

김재욱 군수는“도움을 받아야 하는 분들이 도움을 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동전에 담긴 마음은 절대 작지 않다. 어르신의 마음이 수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분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칠곡사랑의집은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모금 활동을 펼쳤으며,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경북 북부지역 호우 피해 이재민 지원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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