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유래·풍속·놀이·음식 이야기

▲ 강강술래. 문화재청 제공

   
▲ 어린이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강강술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근친길이 으뜸이고 화전길이 버금이다’

시집살이하던 며느리가 추석 전후로 딱 하루 친정 엄마를 만나러 가던 풍속 ‘반보기’. 친정까지 반만 간다고 해서, 친정 가족들 반만 만난다 해서 ‘반(半)보기’라 불리던 애틋했던 풍속이다.

지역에 따라 중로(中路)보기, 중로상봉(中路相逢)이라 불린다. 옛 시절 시집살이 힘든 며느리가 친정 부모와 형제자매를 찾아가는 친정나들이의 기쁨이 얼마나 컸을까? 꽃놀이 가는 화전(花田)길 역시 대단한 기쁨이었을 것이다.

반보기 장소는 보통 중간쯤이지만 딸이 오기가 쉽게 시집 쪽에 가깝고 경관 좋은 곳이나 고갯마루에서 이루어졌다. 약속한 날이면 딸은 친정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갔고, 친정어머니 역시 딸에게 줄 보따리가 묵직했다.

갖은 시집살이에 얼마나 친정이 그리웠으면 ‘근친길이 으뜸이고 화전길이 버금이다’라는 속담까지 생겼을까?


◇추석의 유래

추석은 고대로부터 있어 왔던 '달에 대한 신앙'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설이 전해진다. 고대 사회에서 어두운 밤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기에, 만월은 인간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이 때문에 만월 아래서 축제를 벌이게 되었고 일년 중 가장 큰 만월을 이루는 음력 8월 15일인 추석을 큰 명절로 여겼다는 것이다. 가배의 어원은 ‘가운데’라는 뜻을 지닌 것으로 본다. 즉 음력 8월 15일은 대표적인 우리의 만월 명절이므로 이것을 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추절(仲秋節)·가배(嘉俳)·가위·한가위라고도 부른다. 중추절(仲秋節)이라 하는 것도 가을을 초추·중추·종추 3달로 나누어 음력 8월이 중간에 들었으므로 붙은 이름이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제3대 유리왕 9년(서기 32년)에 왕이 6부를 정하고 왕녀 두 사람으로 하여금 각 각 부내의 여자들을 거느리게 하여 두 패로 가른 뒤, 편을 짜서 7월 16일부터 날마다 6부의 뜰에 모여 길쌈을 하는데, 밤늦게야 일을 파하고 (음력) 8월 15일에 이르러 그 공이 많고 적음을 살펴 가지고 지는 편은 술과 밥을 장만하여 이긴 편에게 사례하고, 이에 온갖 유희가 일어나니 이것을 이를 가배라 했다.

◇추석의 세시풍속

성묘

한가위가 되면 아침저녁으로 기후가 쌀쌀해지므로 사람들은 여름옷에서 가을옷으로 갈아 입는다. 그래서 한가위에 입는 새 옷을 추석빔이라고 하기도 한다. 옛날 머슴을 두고 농사짓는 집에서는 머슴들까지도 한가위에 새 옷을 한 벌씩 해 주었다. 한가위 날 아침 일찍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차례를 지내는 일이다. 차례상은 설과 달리 흰 떡국 대신 햅쌀로 밥을 짓고 술을 빚으며 햇곡식으로 송편을 만들어 차례를 지낸다. 차례를 지낸 뒤 음복을 하고 조상의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한다.

벌초

무덤의 풀을 베어서 깨끗이 보살피는 것을 '벌초'라고 해요. 설, 추석, 한식에는 조상의 묘소를 찾아 돌보았는데, 추석에는 벌초를 했다.

올벼천신
날씨가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는 한가위에 올벼천신을 지내기도 했어요. '올벼'란 일찍 수확한 벼를 말해요. 벼가 다 여문 무렵이나 채 여물기 전이라도 여문 부분을 골라 쌀로 찧어 하늘에 올리는 제사가 올벼천신이에요. 올벼로 지은 밥에 술과 조기, 햇무 같은 것을 차려 상에 올렸다.


◇추석에 하는 전통놀이

강강술래

보름달이 뜨면 곱게 차려입은 여자들이 다 함께 모여 서로 손을 마주잡고 둥그렇게 원을 지어 노랫가락에 맞추어 돌아가며 춤을 춘다. 목청 좋은 사람이 술래가 되어 앞소리를 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다 같이 뒷소리로 '강강술래' 하며 춤을 춘다.

처음에는 느린 가락인 진양조에 맞추어 춤을 추다가 점점 도는 속도를 빨리 하여 춤을 추게 된다 강강술래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달맞이
한가윗날 저녁에 꽉 찬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것을 '달맞이'라고 한다. 달맞이를 하며 이듬해 농사가 잘 되기를 빌기도 하고 다른 사람보다 보름달을 먼저 보는 게 좋다고 여겨 높은 곳에 올라 달을 맞았다.

거북이 놀이

수수잎을 따 거북이 등판처럼 엮어 이것을 등에 메고 엉금엉금 기고 보면 영락없는 거북이 형상이다. 이 거북이를 앞세우고 우스꽝스런 어릿광대들이 줄줄이 따르고 풍물패가 흥취를 돋우면서 집집을 방문한다.

소놀이
두 사람이 멍석을 쓰고, 앞 사람은 방망이를 두 개 들어 뿔로 삼고 뒷사람은 새끼줄을 늘어뜨려 꼬리를 삼아 농악대를 앞세우고 이 집 저 집 찾아 다닌다. 소놀이 일행을 맞이하는 집에서는 많은 음식을 차려 일행을 대접한다. 마당에서 술상을 벌이고 풍물을 치고 춤을 추면서 한 때를 즐긴다.

소싸움
소 두 마리를 마주 세워 싸움을 붙이고 관람하는 놀이. 봄 여름 내내 소를 얼마나 잘 먹이고, 잘 키웠는가를 겨루는 놀이기도 하다.

가마싸움
훈장이 추석 때 고향에 내려간 동안, 서당 아이들이 나무로 만든 가마를 빼앗고, 부수며 놀았던 데서 유래한 민속놀이이다. 이들 놀이 외에 줄다리기와 씨름 그리고 활쏘기도 하였다.


◇추석에 먹는 전통음식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고 '열양세시기'에 언급했듯이 천고마비의 좋은 절기에 새 곡식과 햇과일이 나와 만물이 풍성하며,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송편을 예쁘게 잘 빚어야 시집을 잘 간다고 하여, 여성들은 예쁜 손자국을 내며 반월형의 송편에 꿀·밤·깨·콩 등을 넣어 맛있게 쪄냈으며 이때 솔잎을 깔아 맛으로만 먹은 것이 아니고 후각적 향기와 시각적인 멋도 즐겼다.

토란탕, 밤단자, 닭찜, 화양적, 누름적, 배화채와 배숙 등도 추석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추석에 먹는 송편은 본래 ‘소나무 송(松)’에 ‘떡 병(餠)’자를 써서 '송병'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는 떡에 소나무 잎을 넣어 만들었기 때문인데, 송편에 솔잎을 넣어 찌면 엉겨 붙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 또 솔잎의 향이 은은한 향을 내기도 하고, 살균물질인 피톤치드의 효과로 송편이 잘 쉬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 우리 조상들은 추석에 송편을 먹으면 솔의 정기를 받아 소나무처럼 건강해진다고 여겼다.

한미경의 '자신만만-열두 달 우리 명절', 한국문화재재단의 '위대한 문화유산',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참조. 권수진 기자.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