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확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양측의 무력 충돌이 1주일을 넘기면서 민간인 등 희생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지상전을 예고한 이스라엘군은 14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지상 작전에 중점을 두고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루 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북부 주민 110만명에게 24시간 내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추가로 6시간의 대피 시간을 줬다. 미국 정부도 이스라엘 주재 미국 공관에서 비필수 업무 담당 직원과 그 가족에 대해 소개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주민이 짧은 시간 내에 이주하는 것이 힘든 상황에서 인구 밀집 지역인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 엄청난 인도주의적 재앙이 초래될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주변국들의 움직임도 확전 우려를 키웠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상황이 '통제 불능'이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이란이 시리아의 무장 단체나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전면 참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입하면 전쟁이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남부에서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벌어진 이후 북부 국경 지대에서 헤즈볼라와 산발적인 충돌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 전단을 추가로 보냈다. 지난 8일 제럴드 포드 항모전단에 이어 두 번째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공격과 전쟁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 확산을 막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번 전쟁의 평화적 해결은 아직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된 전쟁의 양측 사망자는 14일 현재 3천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팔레스타인 측에서 최소 2천215명(어린이 724명 포함)이 숨졌고, 이스라엘 측 사망자도 1천300명에 달했다고 유엔이 집계했다. 보복과 맞보복이라는 피의 악순환 속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도 급증하는 양상이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아무 잘못도 없는 아기와 어린이까지 마구잡이로 학살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 충격을 줬고, 세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에 분노했다.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로 전기·수도·식량 등의 공급이 끊긴 가자지구의 상황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가자지구 지상전까지 현실화한다면 사상자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인도적 참사가 빚어질 게 뻔하다. 더욱이 가자지구에 억류된 다수의 인질과 주민들이 하마스의 인간 방패가 되는 일까지 벌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쟁 중에 민간인 같은 비전투원 살해는 국제법을 위반한 전쟁범죄다. 민간인 학살 같은 하마스의 반인륜적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작전이 또 다른 전쟁범죄를 낳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이스라엘 군 대변인은 "우리 목표는 하마스와 테러 조직의 행정 군사 능력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더 이상의 무고한 민간인 피해가 없도록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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