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중순에 접어들었다. 나뭇잎의 색상이 많이 달라졌다. 설악산엔 단풍이 60% 정도 들었고 대청봉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기온 영하 1.4도까지 내려갔으며,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었다. 남쪽 지방의 지리산과 내장산도 곧 단풍이 짙게 물들 것이다. 자연만이 단풍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단풍이 든다. 이른 아침 길에 나서면 사람에게도 백발이 바람에 스치는 광경을 볼 수 있다.노인들은 추억을 먹고 산다. 책을 보려고 해도 눈이 어둡고, 음악을 듣고 싶어도 귀가 어두우니 불편하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시간이 흘러 세월이 되고 세월이 흐르면 사람도 늙는 게 자연의 법칙이다. 시계바늘을 쳐다보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 우리는 느낄 수 있다.김동길 교수가 생전에 남긴 동영상에는 ‘여러분의 나이는 어디까지 왔습니까’라고 물으면서, 자신의 느낌을 피력했다. 가을은 천천히 가지 않는다면서 음악의 용어로 2,30대까지는 굉장히 더디게 아다지오 같은 세월로 지나간다고 한다.그러다가 40대부터는 조금 달라진다고 말한다. 천천히 가는 게 아니고 템포가 아주 빨라진다는 것이다. 오십부터는 하나(55) 건너면 60대, 또 하나(65) 건너면 70대가 된다고 한다. 60대에서 70대까지는 살아보니 65도 없이 그냥 70까지 직행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내 나이는 멀었어”라며 “반성하지 않고 사는 젊은이들을 향해 반성하세요” 라면서 지나가는 세월이 순식간임을 이야기했다.그러면서 70,80대는 붙어있고, 80대가 넘으면 눈만 한 번 껌벅하면 90대가 되기에 이 가을에 깨달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강조했다.중국 동진, 송나라 때의 시인, 도연명 (陶淵明)의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원기 왕성한 나이는 거듭 오지 않고 하루에는 두 번 새벽이 없다. 때에 이르러 마땅히 힘쓰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젊은 시절에는 남보다 먼저 출세할 뜻을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누구나 열심히 노력한다. 하지만 청운의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대부분은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다가 세월이 한참 흐르고 나이가 들면 그때서야 젊은 시절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후회가 뼈를 깎는 고통으로 남는다. 젊든 나이가 들든 간에 무슨 일이든 너무 오랫동안 미루지 말라는 것. 그래야 시간의 보복을 당하지 않고, 젊은 시절 한 번의 실수 정도는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올해도 시간상 석 달도 남지 않았다. 들녘은 풍성한데 거둘 것은 있는지 되돌아볼 시기다. 나이를 탓하랴, 자신을 탓하랴, 세월을 탓하랴. 강물이 쉬지 않고 흘러가듯이 세월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빠르게 지나간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하지만 인생은 아름다운 고해다. 딱 한 번 사는 삶, 그럴수록 각자에게 주어진 소명을 성실히 실천하면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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