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비영리 민간단체들이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을 조직적으로 횡령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1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민간 단체들의 국고 보조금 부정 사용 의혹이 불거진 뒤 감사원은 지난해 8월부터 집중 점검을 벌여 왔다. 감사 대상에 오른 민간단체 총 900여곳 가운데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10개 단체의 조직적인 횡령 등 위법·부당 사항 46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10개 단체의 국고보조금 부정 사용 총액은 18억원이 넘는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민간단체 대표 등 73명을 횡령, 사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수사 의뢰한 상태다. 일부 민간단체는 허위 경비나 인건비를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방식이나 허위 계약 등으로 국고 보조금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 혈세인 국고보조금을 '눈먼 돈'인 것처럼 취급하는 행태가 여전한 현실을 엿보게 한다.

감사원이 수사 의뢰한 사례 중에는 여성가족부의 위안부 피해자 관련 유네스코 등재 지원 사업에 참여한 모 재단의 이사장 A씨가 포함돼 있다. A씨는 국고보조금을 받는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를 맡았는데 근무일 100일 중 절반 이상을 근무하지 않고도 임금을 챙겼다. 해외여행 중에 근무를 한 것처럼 조작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비영리단체 간부 B씨는 회계 직원과 공모해 강사료, 물품 대금 등 허위 경비를 지급했다가 되돌려받는 수법 등으로 보조금을 횡령했다. 이같이 횡령한 보조금은 손녀의 승마용 말 구입비, 유학비 등 개인적 용도로까지 사용됐다. 실로 안이하고 염치없는 공금 유용 행각이다. 퇴직했거나 근무하지 않는 임직원에게 인건비를 허위 지급하는가 하면 이미 개발한 제품을 새로 개발한 것처럼 속여 보조금을 받은 사례도 적발됐다. 세금을 좀먹는 비리 행각에 대한 근절 방안이 시급해 보인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와 관련해 정부 관계 부처에 이들 단체에 대한 보조금 교부 취소·반환 등 시정을 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비위 행위를 엄단하고 정부 보조금을 공돈으로 인식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비리 행위를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앞서 지난 9일 경찰도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에 대한 특별단속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이 공개한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 총액은 148억원을 넘어섰고 사회 부문 곳곳에서 보조금 횡령 등 범법 행위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줬다. 국고보조금을 받게 된 정확한 경위와 절차 등 제도 전반에 심각한 허점이 내재해 있는 건 아닌지 철저하게 점검해 봐야 할 때다. 보조금의 사용처 등에 대한 후속 검증 대책도 면밀히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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