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전 11시 송라 보경사 경내에서 내연산 진경산수 사생대회 및 문화축제가 열렸다. 여덟 번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가 포항 송라 보경사가 근원지임을 알리고 주민과 함께 겸재의 발자취를 느끼며 진경산수의 화혼을 계승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두 번째 행사 때는 ‘겸재 정선과 내연산의 비경’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화가 겸재 정선의 정신을 재조명하고, 더 나아가 내연산의 비경을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대경일보가 주최·주관하고 경북도와 포항시가 후원하는 이번 축제는 사생대회, 문화행사, 체험행사로 나누어 열렸다. 사생대회는 겸재 정선의 회화 정신을 받들고, 지역 청소년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초중고생들이 내연산 일대의 진경을 사생했다.문화행사는 퓨전국악팀인 가람예술단, 통기타 최원조 가수, 팝페라 휴(HUE) 공연이 산사에 울려 퍼졌고 체험행사는 한지소원등체험, 다육이체험, 천연비누체험, 압화손거울체험 등 각종 체험부스가 운영되어 성황을 이뤘다.사생대회 작품 심사는 전문가 심사로 진행되며 당선작은 오는 30일 본지 지면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최우수상은 유치부·초등저학년부·초등고학년부·중등부·고등부 각 1명에 상장과 상금 20만원을 수여하며 우수상은 각 부문 2명에 상금 10만원, 장려상은 각 부문 4명에 상금 5만원이 주어진다.
이번 행사는 진경산수라는 가장 한국적인 회화, 우리 고유의 산수화풍에 대한 예술적 가치를 전승하고 화풍을 꽃피운 산실이자 발현지인 포항의 문화적 가치를 대내외에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했다.또, 겸재의 그림 속 풍경과 현재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300년 내연산과 지금의 내연산 모습을 알아보는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정선은 비록 출중한 가문은 아니더라도 사대부 가정에서 성장하였고 어려서부터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이웃에 살던 노론의 거두 김수항의 아들인 김창집(金昌集) 형제의 도움으로 그림에 대한 재능을 살려 궁중의 繪事를 맡으면서 贈戶曹參判이었던 아버지나 贈左承旨였던 할아버지를 빌어 음서로 종6품인 衛率에 초사되었다.그는 예술을 사랑하는 당대의 유명한 문인들과도 긴밀한 교유를 하였는데, 이들과의 사귐은 그의 회화 세계를 넓히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이런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자기만의 독특한 필법을 개발하여 강한 직선의 수직준법, 대담한 산형의 변형, 굵은 미점 등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자연미의 특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했으며 회화사의 한 획을 긋는 진경산수의 세계를 현란하게 펼쳐내었다.안정된 현실적 토대위에서 그는 어느 화가보다 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사실 그 누구도 그의 진정한 계승자가되지는 못했지만 후대 화가들에게 위대한 전형이 되었을 뿐 아니라 당대 어떤 화가보다도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데 이견이 없다.겸재 정선은 1733년에 청하현감을 지냈다. 그는 다른 예술가들의 생애와 비교해 볼 때 비교적 순조롭고 평탄한 출세 가도를 걸었던 점이 그 어떤 화가보다 다작을 낼 수 있었던 요인이며 거침없는 산천 주유를 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되었다. 겸재는 평생 큰 부침 없이 그림에만 몰두하다가 1759년(영조 35년) 3월에 84세의 일기로 숨을 거뒀다. 이번 내연산 진경산수 사생대회 및 문화축제에 시민들이 많은 참여해 겸재의 예술세계를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아울러 진경산수의 발현지인 보경사에서 겸재 정선의 업적을 기리며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행사를 통해 다양한 체험을 직접 느끼고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진경의 우수성을 알게 되는 기회의 장이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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