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여권에서 '민생 올인' 다짐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물론 대통령실도 관련 메시지를 발신하며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당무 복귀를 앞둔 더불어민주당도 민생 드라이브를 걸 채비다. 여권으로선 선거 참패 이후 국면 전환을, 야당으로선 대안정당 이미지 부각이라는 서로 목적은 다를 수 있지만,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국민의 일상생활을 최우선 살펴보겠다는 경쟁을 펼치는 것은 바람직하다.

정쟁 중단과 민생 올인을 약속한 국민의힘은 우선 길거리에 내건 정쟁성 현수막을 모두 철거하고 유사한 목적의 각종 당내 태스크포스(TF)도 대폭 정리하는 구체적 조처를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민심'을 경청하고 '민생'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내며 내각에도 "국민들의 생생한 절규를 듣는 현장 행정, 정책 정보활동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이후 국정운영 기조, 스타일의 변화에 대한 주문이 적지 않았던 터라 향후 어떤 정책과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로 구현될지 주목된다.

한 달여 만에 여의도로 돌아오는 민주당 이 대표의 행보도 관심이다. 이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 주재를 시작으로 당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그의 대외 메시지 핵심은 '민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른바 '민생 경청투어' 재개, 그간 준비해 온 '민생 프로젝트' 결과물 발표 등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민생 행보가 여권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다만 여야의 민생 경쟁의 성과를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오히려 정쟁의 주제만 '민생'으로 바뀌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여든 야든, 작지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부터 우선 보여주기 바란다. 국민의힘이 시작한 정쟁성 현수막 철거에 민주당이 동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 현안 관련 현수막은 신고하지 않아도 설치할 수 있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 시행으로 전국 거리는 현수막 공해로 몸살을 앓아 왔다. 민원도 급증했고 넘쳐나는 정쟁 현수막은 정치 혐오도 불러일으켰다. 여야가 단순한 현수막 철거에서 나아가 관련법 개정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국회에는 처리가 시급한 법안도 수두룩하다. 한국판 나사(NASA) 역할을 할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특별법은 대표적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충돌 등 대내외 환경이 더욱 불안해진 가운데 가계부채, 국가채무 등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정치권의 협력이 필요한 사안도 적지 않다. 국회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 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내년 예산안 심의·확정을 위한 활동이 시작된다. 여야가 6개월도 남지 않은 내년 4월 총선까지 네거티브 행태를 버리고 선의의 경쟁을 시작하기 바란다. 유권자들은 민생을 위해 누가 어떤 변화와 책임 있는 행동, 정책을 펼치는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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