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6일 총선기획단을 가동하며 당을 선거 준비 체제로 전환했다. 기획단은 지난 8월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당 혁신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선거대책위 및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문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혁신안에는 '인공지능(AI) 등 미래 의제 전문가 20% 공천 할당' 등 파격적인 내용도 일부 담겼으나,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계파 갈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내부 성찰과 진지한 논의를 거쳐 필요한 후속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이재명 대표는 총선기획단 출범을 두고 "윤석열 정권의 오만한 폭정을 심판하고 위기에 놓인 민생을 구하는 출발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민주당은 과거 집권 기간 실정의 대가로 국민의 심판을 받은 사실을 까맣게 잊은 것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실제로 대선 패배 후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민주당은 혁신 노력을 등한시한 채 새 정부를 견제하기에 바빴던 게 사실이다. 우여곡절 끝에 만든 혁신위는 1호 혁신안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내세웠으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려는 친명(친이재명)계의 반발로 유명무실해졌다. '꼼수 탈당' 금지 방안은 김홍걸 의원의 '꼼수 복당'으로 웃음거리가 됐고,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은 옹색한 '야권 탄압' 목소리에 막혀 건드리지도 못했다.

혁신위가 파행을 빚은 것은 기득권 세력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1996년 총선 때 제도권에 편입된 80년대 학생 운동권인 86그룹은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권 이후 지금껏 야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환갑이 다 되도록 도덕적 우월주의 또는 진영논리를 앞세우며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 데 있다. 현재 86그룹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현직 의원으로는 우상호 의원이 유일하다. 이들이 기득권을 붙들어 매고 물러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현 정권을 향해 외치는 인적 쇄신도 자기모순이 돼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것이다. 그런데도 야권 일부에선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들어 내년 총선에서 "200석도 가능하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초반 '20년 집권' 운운하던 오만한 태도에서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야당이 총선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공천권을 쥔 이 대표의 역할이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그중 가장 큰 소임이라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혁신을 도모하는 일일 것이다. 특히 과감한 세대교체와 합리적 중도를 아우르는 인재 영입이 총선 승리의 전제조건일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인요한 혁신위' 출범 후 영남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론을 거론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 민주당은 위기를 모면하려는 '눈속임'이라고 치부하고 있지만, 여당의 이런 시도가 이전과 달라진 것으로 국민 눈에 비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 대표부터 험지 출마를 포함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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