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

자궁근종은 자궁에 생기는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로 30~40세의 젊은 여성의 대략 20% 정도가 가지고 있다. 근종은 이름처럼 근육 조직이 덩어리를 형성한 것이고 자궁의 전 층에서 발생할 수 있다. 발생 위치에 따라 자궁내막 안쪽에 생기는 점막하 근종, 자궁벽 내에 생기는 근층내 근종, 그리고 자궁벽 바깥쪽에 생기는 장막하 근종등으로 구분된다. 보통 자궁내막과 가까울수록 생리와 관련된 증상이 나타나거나 임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해당 경우 ‘위치가 안 좋다’고 표현되고는 한다.

근종의 원인 역시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가임기 여성에서는 크기가 서서히 증가하는 경우가 많고 폐경 후에는 서서히 줄어들므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생각되고 있다.

근종은 매우 흔하지만 크기뿐 아니라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나서 어떤 증상도 명확하게 근종의 유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적게는 20%, 많게는 50% 정도에서 증상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생리 이상이다. 특히 자궁내막에 생긴 점막하 근종의 경우 증상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주로 생리량이 많아지거나 기간이 길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또 점막하 근종의 경우 임신 시 수정란이 착상하는 것을 방해하므로 난임의 원인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거대근종(보통 10cm, 250g 이상)의 경우 위치와 관계없이 골반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므로 복부에 압박감을 느끼거나 실제로 근종이 방광을 눌러 빈뇨나 잦은 야간뇨 등의 증상이 생기거나 직장을 눌러 변비가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이렇듯 자궁근종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고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다. 만약 증상이 심하거나 크기가 커서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될 때는 근종의 정확한 위치나 개수의 파악을 위하여 MRI 등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근종은 증상이 없고 크기가 작은 경우 꼭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아 정기적으로 검진하면서 지켜보기도 한다. 또 근종은 폐경 이후에는 크기가 서서히 줄어드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나 폐경 후에도 크기가 증가하거나 모양의 변화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검진을 지속해야 한다.

만약 출혈 증상이 너무 심하거나 당장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면 호르몬 주사로 근종의 크기를 줄이기도 하지만 약물을 끊으면 다시 크기가 커지게 된다. 따라서 치료가 필요한 근종은 궁극적으로 수술적 치료를 하게 되며 근종의 위치에 따라서 자궁경, 복강경, 로봇 복강경, 개복 수술을 하게 되고 또 환자의 가족계획에 따라 근종만 절제하는 근종절제술을 하거나 자궁 전체를 절제하는 전자궁절제술을 하기도 한다.

여성질환을 진료하다 보면 같은 질환이라고 하더라도 환자의 나이, 증상뿐만 아니라 산과력, 심지어 앞으로의 가족계획까지 고려하여 치료계획을 정하게 되므로 환자별로 다른 치료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같은 크기의 혹이라고 하더라도 이전의 크기나 모양이 어땠는지에 따라 수술적 제거를 하기도 하고 검진을 통한 추적관찰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모든 질환이 그렇지만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전후 비교가 가능하도록 접근성이 좋고 본인과 잘 맞는 병원을 한 곳 정하여 그곳에서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겠다.

이 글 서두에 진료 시 환자에게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가장 최적의 대답은 “최근 1년 이내에 부인과 초음파와 자궁경부암 검사 모두 받았습니다”이다. ‘검진치마’, ‘굴욕의자’, ‘차가운 질경’ 등은 모두 산부인과를 꺼리게 되는 요인들로 꼽히는 것들이다. 하지만 1년에 한 번, 20분 정도 소요되는 두 가지의 검사를 통하여 방사선 노출 없이 자궁 및 난소의 이상과 자궁경부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면 감내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모든 여성이 꼭 매년 한 번은 산부인과 검진의 문턱을 넘으시길 바란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광역시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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