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석길 구미남교회 목사

저는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7시부터 약30분 동안 땀을 흠뻑 흘리면서 운동을 합니다.
그래야만 종일토록 피곤하지 않은 몸으로 거뜬하게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운동을 하는 그 주위에 온통 노란색으로 장관을 이룬 호박꽃들이 꽃밭을 이루고 있습니다.
호박꽃도 꽃이냐고 묻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른 아침에 이슬을 머금은채 이제 막 떠오르는 태양빛에 반사된
그 노오란 꽃의 아름다움을 한번도 못본 게으른 사람들이지 싶습니다.
사실 호박의 풍성함을 말하라고 한다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요즘 우리의 먹거리들이 거의가 농약을 치지만 유일하게 호박에는 농약을 치지 않습니다.
그뿐 아니라 된장찌개에 들어간 호박잎의 그 구수함과,
끓는 물에서 살짝 대쳐낸 호박잎으로는 쌈을 싸 먹기도 하고,
풋호박을 양념해서 먹는 비빔밥의 담백함은 식욕을 되찾게도 하지요?

물론 최고의 품위는 누렇게 익은 호박들을 집안 가득히 거두어 들여 놓았을 때
이제 우리도 부자가 되었다 싶은 넉넉함에 있지 싶습니다.
여기 저기 쌓아놓은 누런 그 호박은 그해 겨울이 다 가도록 구워서도 먹고
털털이도 해 먹고(이런 수준높은 이야기들을 요즘 사람들이 알기나 할까?)
때로는 굵은 양대콩을 겻들인 호박죽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그 호박밭에서 주인인 듯 싶은 아저씨 한분이 누렇게 익은 호박들을 골라서 어깨에 메고 나옵니다.
돈으로야 얼마나 되겠습니까마는 얼굴 가득히 환한 웃음이 넘쳐납니다.
온통 푸르른 호박잎 사이에서 잘 익은 호박을 골라내는 그 손길을 바라 보면서
인생의 진리를 하나 거두어 들였습니다.

그 많은 줄기들이 엉켜 있는 곳에서 어떤 호박은 누렇게 익기도 하지만 어떤 호박은 익지 못한채
이제 곧 찬서리를 맞아서 버려지게 됩니다. 그 비밀은 간단합니다.
뿌리에서부터 시작되어 나가는 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질 때에
원줄기에서부터 시작된 호박은 잘 익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열갈래 스무갈래로 복잡하게 뻗어 있는 줄기에서는 많이는 맺히지만
누렇게 까지는 잘 익지 않습니다.
원줄기 가까이에서 뻗어나간 그 가지에 탐스럽게 익은 누런 호박을 보았습니다.

호박꽃에 있는 진리를 보면서 수확의 계절 가을을 맞이합니다.
수확의 풍성한 이 계절에 복잡한 생각의 줄기들일랑 정리하시고 원줄기의 진액으로
열매도 맺고 밭주인이 기뻐하실 만한 잘 익은 호박밭(?)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포도(호박)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니라"(요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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