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스쿨문구(주)/알파포항점 이주현 대표와 직원들이 바쁜 일손을 잠시 멈추고 '고객님 사랑합니다'를 외치고 있다.

 

   
▲ 이주현 대표가 특허청장으로부터 받은 장애인인증기업 관련 표창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스쿨문구(주)/알파포항점은 지하1층, 지상4층 규모의 문구점 단독 건물이다.

 

   
▲ 16일, 수능일을 맞아 한가한 오전 시간 직원들이 오후에 올 고객들을 맞기 위해 매장을 빼곡하고 가지런하게 정돈해 두었다.


스쿨문구(주)/알파포항점 이주현 대표

일반직장 다니다 IMF 여파 퇴사
2002년 장성동에 문구점 창업
2017년 지진·코로나로 잇단 시련
좌절 않고 헌신적 노력 끝 정상화
장애인·여성·창업 3대 인증 업체
친환경 재활용 복사용지 등 판매
탄소중립 실천에도 적극적 행보

포항시·교육청 등 공공기관들도
문구 구매 때 지역 전문기업 우선
재생복사지 등 의무 사용했으면


스쿨문구(주)/알파포항점 이주현 대표는 서울 토박이로 경희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공학도였다. 대학 졸업 후 포항 현대제철 전산요원으로 입사했고, 포항토박이 이부영(스쿨문구(주)/알파포항점 이사)씨와 백년가약을 맺어 포항 사위가 됐다.

그러던 그는 직장생활 10년만인 1998년 IMF를 겪게 됐고, 퇴사를 해 제2의 인생을 맞이하게 됐다. 그는 새 직장을 찾아 홀홀단신 천안으로 갔다. 그곳에서 4년이 흐른 2002년, 그는 더 이상 가족과 포항을 떠나 객지에서 혼자 직장 생활하는 게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의 고민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기술과 창업교육을 철저히 이수한 후 포항에서 문구점을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2002년 5월 10일 포항시 북구 장성동에서 17평 규모의 알파문구 체인점을 열었다.

그날 이후 22년이 흘렀다. 지금의 문구점은 두 번의 확장 이전 끝에 자가 단독건물을 지어 ‘알파빌딩’이라 명명했다. 2017년 5월, 지하 1층 지상 4층, 총 630평 규모의 스쿨문구(주)/알파포항점에는 이 대표 부부와 더불어 직원 13명 등 총 15명의 소중한 일터가 드디어 열렸다.

이곳 4층에는 사람들과 더불어 10여 마리의 고양이들도 편하게 드나드는 휴게공간도 있다. 자신은 숨 가쁘게 바쁘게 살아가지만, 함께 숨 쉬는 가족, 동료, 반려동물들에게는 무한정 휴식과 느림의 시간을 주고 싶은 이주현 대표. 그를 16일 오전 알파빌딩에서 만났다.

◇ 잘 진열된 매장 뒤에 흘린 땀방울

이주현 대표가 22년째 경영하고 있는 스쿨문구(주)/알파포항점(북구 장성동 침촌로1-16)에서는 3~4명 직원이 분주하게 1층 매장을 누비고 있었다.

이날은 수능일이라 아침 일찍 매장을 찾는 사람도 드물었다. 그런데도 무얼 그리 바쁘게 일을 할까. 알고 보니 12월 성탄 시즌에 대비해 매장을 꾸미고, 물건을 진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또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뚫어지게 지켜보는 직원은 ‘온라인 주문’ 등을 처리하고 있다. 왼손에 수화기를 들고 있는 직원은 고객의 요구를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오른손으론 빼곡하게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 대표의 안내를 받아 승강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물류창고였다. 그곳에도 3~4명 직원이 크고 작은 상자들을 묶어서 정돈도 하고 풀어서 물건을 꺼내기도 했다.

그 가운데 이 대표의 부인 이부영 이사도 이들과 함께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있다. 이 이사는 몇 해 전까지 전문 직종 직장인이었다고 한다. 그때도 퇴근 후와 휴일에는 어김없이 매장에 나와 이 대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 이제는 아예 이사직까지 맡아 매장 직원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

“문구점은 가격과 구색이 중요합니다. 접근성·친절·편의성은 기본이고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는 평소 경영의 기본방식을 설명하면서 향후의 전망도 빼놓지 않았다. 문구점이 전통적 학용품에서 탈피해 잉크와 토너 등 컴퓨터 소모품, 생활용품에다 일본기업 계열인 ‘다이소’가 커버하지 못하는 소형가전, 주방용품, 식음료 등을 갖춰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다이소가 묶음 판매가 많아 낭비요소가 있는데 반해 문구점은 고급 제품을 낱개 단위로 살 수 있는 장점도 설명했다.

◇ 크고 멋진 건물로 다 되는 것 아냐

자가 새 건물에 확장개업한 제3기 스쿨문구(주)/알파포항점은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많은 고객들이 찾고 있지만, 예기치 못한 시련도 여러 차례 있었다.

첫 번째는 2017년 11월 15일 전대미문의 포항지진이었다. 엄청난 재앙이 매장을 급습했다. 건물이 통째로 흔들리는 가운데 제품들이 떨어져 매장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쇼핑을 하던 손님들이 놀라 바닥에 풀썩 주저앉기도 했다.

이때 캐쉬어를 보던 둘째 아들 이준영이 재빨리 쇼핑바구니를 손님 머리에 덮어줘 부상을 막았다. 이 장면은 자체 cctv에 고스란히 찍혀 방송국을 통해 전 세계에 전달되기도 했다. 참으로 아찔한 순간에 ‘고객 최우선주의’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2019년 말, 코로나 팬데믹이 찾아왔다. 매출이 뚝 떨어져 몇 명의 직원을 내보내야 하는 시기도 있었다. 이 대표 부부와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이제는 정상을 되찾고 있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크고 멋지게 건물을 지어놓으면 사업이 다 잘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나의 입장이 아닌 고객 입장에서 트랜드를 살피고, 착한 가격에 품질 높은 제품을 확보하고, 홍보와 영업을 강화해야 회사를 살리고 직원들이 함께 잘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대표는 자신과 회사에 불어닥친 적지 않은 시련이 어쩌면 값진 ‘교훈’이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신이 선택했고 집중하기로 결심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끝까지 달려가겠다는 이 대표의 결심이 가장 소중한 자산임을 부인할 수 없다.

“똑같은 도화지도 속에 있는 것을 빼내서 가져가는 것이 고객의 마음이겠죠”

이주현 대표는 문구업이 변질되지 않는 사무용품 취급으로 알고 있으면 큰 오해라고 말한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제품의 디자인 등이 수시로 바뀐다. 매장도 정말 깨끗하고 깔끔하게 잘 관리해야 한다. 먼지가 앉아있고 색이 누렇게 바랜 문구를 보고서 사고 싶은 고객도 없으려니와 다시 내방 가능성도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쓰는 문구 하나하나가 섹션이 구별되고 가격이 분명하게 드러나 일목요연하게 정돈되는 데는 직원들의 상당한 잔 손길이 간다.

◇ ‘탄소중립’ 작은 실천 공공기관 협조로

스쿨문구(주)/알파포항점은 세가지의 인증을 가진 업체다. 장애인기업·여성기업·창업기업 인증업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특성에 대해 숨김없이 자랑으로 여긴다.

또 하나 더 자랑할 것은 문구 하나에도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제지에서 생산되는 복사용지인 ‘Milk Green’을 포항에서 유일하게 취급한다고 자부했다. 이 복사지는 재활용 종이로 생산됐지만 고품질을 구현하고 있다. 단 도매가가 일반 제품보다 좀 더 비싸다는 것이다.

그는 과감하게 이 용지를 취급하기로 했고, 납품가를 단돈 1000원이라도 더 받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날도 ‘같은 가격이 아니면 사지 않겠다’는 고객의 말에 또한번 고개를 숙이고 “알았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어떻게든 우리가 작은 생활에서부터 ‘탄소중립’을 실천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이 대표는 자랑스런 이 매장이 온오프라인에서 더욱 활성화를 꾀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인과 직원들의 멋드러진 매장 관리 및 전화 상담과 더불어 온라인몰 구축, 입찰 등 굵직굵직한 것들은 자신이 처리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청, 포항시 등 공공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교육청에는 ‘학교장터’가 마련돼 공개적인 판로가 열려 있지만 포항시는 지역 특산물 판매를 위한 공공 도움 플랫폼이외에 지역 기업과 제품을 위한 플랫폼은 아직도 없다.

교육청 ‘학교장터’에도 문구 입찰(추첨)에 제한을 두지 않는 바람에 안경점, 컴퓨터점 등 전혀 관계없는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는 폐단이 남아 있다.

포항시의 경우, 서점은 ‘인증제’를 둬 전문업체의 활로가 보장된 반면, 문구점은 인증 범주에서 빠져 있어 아쉬움이 크다. 이런 부분이 조속히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

또 ‘탄소중립’이 매우 요청되는 때이니만큼 공공기관부터 ‘재생 복사지’을 의무적으로 써줌으로써 탄소중립을 위한 작은 일부터 실천하면 좋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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