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16일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과 특위 산하 민간 자문위의 최종보고서를 보고받고 논의에 들어갔다. 지난해 7월 발족한 연금특위는 이번 21대 국회가 끝나는 내년 5월 말로 활동 시한을 연장한 상태다. 연금특위는 이날 보고받은 내용을 토대로 조만간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연금 개혁안과 관련 이해 당사자인 노사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특위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활동 기한 내에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간 자문위는 최종보고서에서 두 가지 개혁안을 제시했다. 보험료율(내는 돈)은 13%로, 소득대체율(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은 50%로 올리는 안과 보험료율은 15%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하는 안이다. 어느 쪽이든 보험료율이 지금보다 4∼6%포인트 높아진다. 현재 보험료율은 25년째 9%에 묶여 있고, 소득대체율은 42.5%인데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로 낮아지게 돼 있다. 반면 지난달 공개된 정부의 연금 개혁안은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이라는 방향성만 명시했을 뿐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에 대한 개혁안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지 않아 '맹탕'이란 비판을 받았다. 김연명 자문위 공동위원장은 보험료율을 13%로 4%포인트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50%로 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 고갈 추정 시점이 기존 2055년에서 7년 늦춰진다고 보고했다. 또 보험료율을 15%로 하고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면 기금 고갈 시점은 2071년으로 16년 정도 연장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자문위는 연금 개혁의 지속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구체적인 모수(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개혁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마련한 개혁안은 여론이 민감한 보험료율 인상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연금 전반의 구조개혁에 방점을 둔 것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구조개혁에 해당하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에서 굉장히 중요한 소득원이므로 어느 하나를 논의할 게 아니라 같이 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회 공론화 과정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지만 정부 단계에서 세부적인 논의의 틀을 제시하지 않았는데 국회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까 싶다. 오죽했으면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이 "공론화위원회를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틀이 잡힌 안건을 주고 의견을 물어야지, 백지상태로 운영하기는 어렵다"고 했겠는가. 정부는 앞으로 국회 논의과정에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총선이 5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 국회가 민감한 연금 개혁 논의를 얼마나 실효성 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이들이 적잖다. 이번에도 정치 일정을 이유로 미룬다고 다음을 기약하기도 어렵다. 총선이 끝나면 지방선거와 대선이 줄줄이 이어진다. 표심(票心)만 생각하면 연금 개혁은 영원히 힘들 수도 있다. 국회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연금 개혁안을 속도감 있게 숙의하고 지속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합의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야당도 미래 세대를 위한 연금 개혁의 부담을 나눠진다는 자세로 논의에 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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