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난 19일 같은 당 소속인 민형배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대통령 탄핵 발의를 해놔야 반윤(反尹·반윤석열) 연대가 명확하게 쳐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굉장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면서 "일단 탄핵안을 발의해놓고 반윤 연대, 검찰 독재 종식을 위한 정치 연대를 꾸려 선거 연합으로 갈 수 있도록 하려면 이런 제안이 유효할 것"이라고 호응했다. 민주당 주도로 일단 탄핵안을 발의해 놓으면 전선이 친윤, 반윤으로 명확히 나뉘면서 총선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리를 함께한 최강욱 전 의원도 "저한테 피해자라고 하는데, 저는 이제 '윤석열 일가'로 표상되는 무도한 정권의 가장 강력한 가해자가 되는 길을 가고 싶다"고 거들었다. 20일에는 당 최고위원인 장경태 의원까지 나서 "탄핵의 근거와 사유는 상당히 축적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민주당 내 강경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치판에 탄핵이라는 단어가 수시로 등장하고 있으나 대통령 탄핵을 공개 석상에서, 그것도 구체적인 방법과 효과까지 제시하며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수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국정 운영에 부담이지만 그 자체는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 헌법이나 법률을 중대하게 위배한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더구나 일반적인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대통령의 경우에는 과반수 발의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거쳐야 한다. 실제로 75년 헌정사상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 경우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가 유일하다. 한 마디로 정당성도, 실현 가능성도 찾기 어려운데도 탄핵을 얘기하는 것은 목적이 다른 데에 있음을 시사한다. 강성 지지층의 구미에 맞는 주장을 하면 일반 국민의 정서와는 멀어지더라도 적어도 당장 공천과 당선에는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한때 행정, 의회, 지방 권력을 싹쓸이했던 민주당이 지난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에서 연패한 것은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자신들만 옳다는 식의 내부 지향적 행태에 식상한 중도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드넓은 중원을 외면한 채 그러잖아도 협소한 땅을 잘게 쪼개 주도권 다툼을 하면 이번 총선 역시 더 볼 것도 없다.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의 승리는 민주당이 잘했다기보다는 국민의힘이 못했기 때문이다. 승리에 도취해 강성 발언으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일부 인사들의 주장에 또 휘둘리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 주장, '설치는 암컷' 발언, 청년 비하 현수막 문구 등은 민주당의 실패를 경고하는 조짐들이다. 좋은 야당이 좋은 정부를 만들 듯 야당의 실패는 정부의 실패를 의미한다. 민주당이 당파적 이익에서 벗어나 국민과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정치를 펼쳐야 정부·여당도 더욱 긴장하고 옳은 길로 나아가게 된다. 강성 지지층에 소구해 기득권을 누리고, 혁신과 개혁을 등한시한 채 상대의 실족으로 정권을 주고받는 퇴행적 정치는 이제 끝낼 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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