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산성 발굴 복원중인 성벽

   
▲ 배산성 서쪽 집수정

   
▲ 북쪽 발굴 복원중인 성벽

   
▲ 배산성 정상 건물 터

   
▲ 북쪽 성벽

   
▲ 북쪽 편축식 성벽

   
▲ 서쪽 집수정 내부 석축

   
▲ 정상 봉수대 추정 유적

   
▲ 집수정 안쪽 석축

   
▲ 회곽도(둘레길)

  부산 연제구는 삼한시대 거칠산국 영역으로 비정된다. 고대 대형 고분이 연제구 연산동 중심 해발 254m 배산 서남쪽에 18기나 자리해 있다. 이들 고분은 발굴을 통해 가야 삼국시대 유물이 다량 출토됐다. 고분군은 현재 시민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배산은 사방 평지 한가운데 홀로 우뚝 솟은 야산이다. 이 산에 옛 거칠산국 치소 또는 방어시설로 비정되는 배산성이 있다. 배산은 도심 야산치고는 보기 드물게 급경사가 많다. 산성은 이러한 천혜의 방어망을 활용했다. 다만 일부 진입로가 확보된 구간만 방어벽을 쌓으면 훌륭한 산성이 되기 때문이다.

성벽은 산허리와 정상부근을 빙둘러가며 마치 쌍가락지처럼 이중으로 둘러싼 형태다. 성벽을 따라가면 정상까지 이어진다. 마치 나사못 구조와 같다. 토축은 낮은 봉우리와 7부 능선 골짜기를 포함한다. 정상부만 보면 테뫼식이다. 하지만 전체 윤곽은 포곡식 산성으로 분류된다. 배산성은 본래 토성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발굴결과 북쪽에 석축 성벽이 드러나 석성임이 확인됐다.


답사는 배산 동남쪽 혜원정사에서 출발한다. 배산은 아래 주위로 아파트와 주택가가 즐비한 시가지다. 산자락까지 주택이 침범해 있다. 배산은 주택가 골목길을 지나야 산길 초입에 닿는다. 주택가를 떠난 지 얼마 안 돼 깔딱고개가 나온다. 숨이 차는 고개란 뜻이다. 주변 산자락은 편백나무가 차지했다. 그 사이로 듬성듬성 묘지가 눈에 띈다. 산성을 찾아 다니다보면 이처럼 공동묘지가 차지해 버린 곳이 적지 않다. 편백나무와 무덤사이로 이리저리 산길이 어지러이 나있다. 산길을 더듬어 올라가면 산자락을 감싸 안은 둘레길이 이어진다. 둘레 길을 동쪽으로 돌면 바람고개가 나온다. 대진그린타워아파트와 배산의 낮은 봉우리에서 큰 봉우리를 잇는 고개다.

여기서 산위로 약 120m 긴 데크가 설치돼 있다. 데크를 오르면 중턱에 또 둘레길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 또는 왼쪽 아무 길을 택해도 무방하다. 오른쪽 둘레 길을 택했다. 이 길은 고대 산성이 한창 활성화했을 당시 ‘회곽도’였다고 판단된다. 높고 낮은 길을 따라 동쪽 산비탈을 돌아가면 북쪽 능선이 나온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둘레길 밖은 거의 낭떠러지 구간이다. 배산은 여기저기 오를 수 있는 길이 많다. 그중 남쪽에 지그재그로 난 데크 계단으로 많이 오른다. 정상부 9부 능선 평지에는 운동시설 설치돼 많은 시민들이 이용한다. 배산 정상은 전망대다. 남쪽으로 광안리해수욕장과 광안대교가 펼쳐진다. 남서쪽으로 황령산이 우뚝 서 있다. 배산 주위에는 높은 산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주택가와 아파트 도로만 보인다.


정상 북쪽 아래가 옛 성곽 흔적을 알 수 있는 집수정이다. 최근 을해년(乙亥年)명 목간과 대나무 발, 돗자리 등이 발굴된 유적지다. 주변에 테크가 설치돼 수풀을 피해 걷기 편하다. 집수정은 원형으로 자전거 바퀴처럼 두 기가 붙어 있다. 석축 계단이 안쪽을 둘러싸고 떠받치는 고대 전형적인 구조다. 두 기 모두 지름 10여m로 추정할 만큼 제법 넓다. 깊이는 이보다 더 깊었을 터인데 지금은 흙에 묻혀 1∼2m 가량만 남았다. 내부는 잘 다듬은 길이 1m가량의 장방형 돌로 짜임새 있는 석축을 쌓았다. 지하에서 솟은 물을 저장한 시설이라기보다는 위에서 흘러내린 물을 저장한 것 같다. 산위에서 두 기의 집수정 사이로 움푹 꺼진 지형이 있다. 과거 산정에서 물이 흘러내리던 ‘물길’ 같다.

서쪽에 길이 150m 높이 4m가량 성벽이 있다. 성 돌이 흰빛을 띠고 있다. 품‘品’자 형 ‘줄눈 쌓기’로 바깥쪽만 쌓은 편축식이다. 특히 신라의 전형적인 축성방식인 기단보축이 눈에 띈다. 성벽은 아직 복원중인 것 같다. 남쪽은 건물 터 발굴현장이다. 지금은 발굴중이어서 그런지 푸른 천막으로 덮어두었다.

둘레 길은 발굴현장에서 서쪽으로 계속 이어진다. 서쪽 성벽 역시 아래쪽은 낭떠러지가 이어진다. 성벽 아래 길이 나 있다. 따라가 보니 고분공원으로 가는 길이다. 편백나무숲길이 이어진다. 한참을 내려가면 공원이 나타난다. 고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지 산 아래 터널이 뚫려 있고 차들이 지나다닌다. 이들 고분은 신라에 병합되기 전 토착 지배세력의 무덤들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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