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공식적인 빈대잡는 법이 나왔다. 전국에서 빈대가 나오니까 질병관리청이 인터넷 등을 통하여 가정에서 빈대를 방제할 방법을 소개한 것이다.
내용을 보면 ‘손이나 파리채로 빈대를 때려서는 안 되고 가열해서 잡아야 한다’, ‘스팀기나 다리미로 30초간 열처리하거나 헤어 드라이기의 뜨거운 바람으로 약 1분간 쏜다’, ‘빈대에 오염된 의류나 직물을 뜨거운 물에 20초간 담가둔다’, ‘청소기로 최대 흡입력을 이용해 흡입한다. 청소기로 처리한 후에는 비닐에 넣어 꼼꼼하게 밀봉해야 한다’ 등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웬지 비현실적이라 느껴진다. 빈대를 보고 기계를 찾다 보면 빈대가 도망갈 것이다. 그렇다고 미리 기계를 비치해 두고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 빈대가 나오기를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 무엇보다 위험하다. 자칫하면 불이 날 수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사실 한 번도 빈대를 본적이 없어서 어떤 방법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다가 결국은 적절한 방법을 찾을 것이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에서도 벗어났는데 눈에 보이는 빈대에서 못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빈대를 유인해서 사로잡는 포획틀 같은 것을 발명해서 침대 모서리 등에 넣어두는 방식으로 해결하면 될 것도 같다. 물론 이런 방법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방제하는 방법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또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나올 것이다.

이번에 나온 ‘빈대잡는 법’을 보니 ‘뱀잡는 법’이란 말이 생각난다. 지난 2012년에 건강원에서 탈출한 수십 마리의 뱀이 서울 한복판에 나타나는 바람에 경찰에서 수사를 하는 소동이 있었다. 이후에 중앙부처에 '부처별 뱀 잡는 법'이란 유머가 나왔다. 사무실에 뱀이 들어왔을 때의 대응방식을 패러디하여 공무원들이 부처별 업무처리 특성을 표현한 것이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기상천외한 내용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대통령실은 ‘부처에 뱀 대처방안을 수립하도록 지시한다.’ 국무총리실은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하고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논의한다.’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에 뱀 예방예산을 반영하고 추경을 편성하여 대처하며 물가안정대책회의를 통해 민심을 안정시킨다.’ 행안부는 ‘공무원 충원 계획에 반영하고 뱀을 잘 처리한 직원에게 표창을 준다.’ 등이다.

더 재미있는 내용도 있다. 지식경제부는 ‘로봇을 이용해 처리하고 뱀 처리산업을 육성한다.’ 환경부는 ‘뱀을 잡아 국립공원에 놓아준다.’ 교육부는 ‘뱀 대처방법을 교과과정에 추가한다.’ 문체부는 ‘뱀 잡는 업체 선발 공모절차를 시작하고 땅꾼을 위촉하여 공모심사위원회를 구성한다’ 등이다.
물론 실제 상황은 아니고 웃자고 만든 말이다. 이런 유머는 사회현상을 반영한다. 뱀이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재미있는 내용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이라면 지금 쯤 빈대와 관련된 유머가 나올 만도 한데 아직 이런 쪽으로는 조용하다. '부처별 빈대잡는 법'도 나오지 않았다. 빈대 소동은 당시 뱀 소동보다는 훨씬 더 폭발력이 큰 일인데도 웬일인지 모르겠다. 확인을 해보지 않았지만 코메디 프로에 나오는지도 않은 것 같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언제부턴가 이런 말을 만들거나 읽어보는 사람이 없어졌다. 이런 유머는 아재개그라서 젊은 층에게 별로 인기가 없는 듯하다. 디지털 세계는 그래픽만 익숙하고 긴 글을 읽지 않기 때문일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을 디지털이나 온라인으로만 하는 시대라는 말은 과장이다. 아직은 오프라인이나 아날로그도 유효하다. 새천년인 2000년이 시작하기 전 Y2k 라고 하여 난리를 쳤지만 별일 없었던 해프닝이 생각난다.

얼마 전 정부의 전산망들이 먹통되어 소동을 벌인 적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당장 증명서를 발급할 일이 없기도 하였지만 다른 측면으로 아직 수기(手記)문화의 잔재가 남는 세대다 보니 충격이 작았을지도 모른다.
디지털 세대라서가 아니라 각박한 세상에서 젊은이들이 이런 유머를 할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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