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기 인구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회 경북100인의 아빠단

▲ 전봉기 인구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회 경북100인의 아빠단
아빠가 돼 보니 '아이들과 추억을 많이 쌓아라'는 선배 아빠들의 조언을 많이 듣게 됐다.
추억을 쌓기 위해 여행도 다녀보고, 이곳저곳 행사도 다녀보고 했지만 이게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나의 만족을 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지게 됐다.

불현 듯, 두 아이의 아빠로 조금이나마 더 나은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회사의 프로젝트를 마감하고 여러 가지 이유와 함께 큰 마음 먹고 육아 휴직을 선택했다. 그 시간, 온 가족이 제주로 내려가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했었는데, 정말 황금같은 시간이었다.

한 달 동안의 제주도 살이를 하려고 하니 걱정과 불편함이 엄습해 왔지만, 결국 그곳에서 경험한 여러 가지 일들이 우리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도 함께하니 즐겁고 웃음이 늘어났다. 그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행복한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너 T니?'

하루는 저녁을 먹으며 대화하던 아내가 내뱉은 말이다. 처음에 무슨 뜻인가 의아했지만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이야기한거다. MBTI는 개인의 선호도를 평가하여 결과값으로 16가지 성격 유형을 분류하는 검사다.

이 유형 가운데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차이, 다시 말해 공감 능력의 차이를 나타내는 T-thinking와 K-feeling 를 아내는 얘기한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친 질문이었지만 회사에서 MBTI 성격테스트를 받아보니, 그랬다.

아내의 말처럼 나는 'T'가 맞았다. T형은 논리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객관적이고 일관성을 중요시 한다고 정의돼 있다. 반대로 F형은 개인의 가치와 타인의 감정 상태를 고려하여 정보를 처리하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감성적 판단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가족과 함께하고 추억을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공감'은 무척 중요하다. 제주 생활을 할 때는 여유와 공감, 아내와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며 보냈지만 일상에 돌아오면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와 가족과의 시간도 참 바쁘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무엇인가 하려고 부단히 노력을 하고 바쁘게 보냈지만, 정작 아이와 아내의 반응은 나의 예상과 다를 때가 종종 있었다.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느끼고 어떤 기분인지를 함께 알아가고 공유하는 것이 추억의 기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의 오랜 습관보다는 현실적인 조언과 아이 눈높이에 맞춘 놀이를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을 때, 우연히 100인의 아빠단이라는 구미 당기는 이름을 만나면서, 100인의 아빠단이 돼 미션 수행과 과제들로 설레는 나날을 시작하게 됐다.

100인의 아빠단 활동 초창기에 미션 수행을 하면서 아이들과 놀이 방법에 대해 조금 더 연구하게 되고, 그간의 초보 아빠로서 부족함을 알고, 채워나가는 방법들을 찾는 것에 집중했다. 결국 나의 욕심이 커졌고, 더 많은 걸 하려는 욕심을 부리면서, 아이들의 재미가 반감되어 첫째와 둘째의 민원과 아내인 지푸린 인상이 돌아왔다.

무엇이든 일처럼 하는 나를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또 초보아빠라는 방어기제를 이용해서 또 무엇인가 더 해야 한다는 생각과 욕심이 주변사람을 좀 힘들 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어느 가정이나 엄마는 아이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참 잘 알고 반응해 준다. 아이와 공감을 잘 하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이 아빠보다 엄마가 더 몸에 베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100인의 아빠단 미션을 수행하면서 이런 부분들을 참 많이 배우고 깨닫게 된 것 같다.

미션의 결과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것도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됐고, 단순히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 놀이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일 년의 시간 동안 놀이를 통해, 아이를 통해 오히려 내가 배우고 성장했다.

그동안 나만의 방식을 고집하고, 내 성격에 맞춰서 아이와의 놀이도 주입식으로 다그치면서 했고, 또 어른처럼 따라오기를 바랐던 것 같다. 100인의 아빠단으로 미션을 수행하면서 생활 속 모든 것이 놀이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배웠고, 아이 역시 생활 속 모든 것들을 놀이로 활용했고, 생각보다 사소한 것에 기뻐하고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했다.

하반기에 접어드니 첫째는 심심하다 싶을 때면, '아빠 미션 해야지?'라고 놀아달라는 다른 표현을 전해온다. 그 얘기를 들으면 ‘맞어. 요즘 바빠서 소홀했네, 다시 집중해야지.’라는 반성과 함께 '오늘 미션은 아빠 다리에서 균형잡기 오래하는 사람이 이기는거야, 진 사람 아이스크림 쏘기!!' 물론, 이번에도 결과는 정해져 있고, 아이스크림은 내가 쏘는거다.

언제인가부터 아이도 아내도 미션 수행하는 시간을 기다리고 즐기고 응원모드를 장착하기 시작했고, 이 시간이 우리에게 추억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100인의 아빠단이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든다.

목표와 결과를 지향하는 나는, 아내의 말처럼 'T'다. 나를 따라오느라 그간 힘들었을 아이들과 아내에게 힘내줘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또 안아줘야겠다. 올해 미션을 수행하면서 우수아빠로 선정되는 영광도 누리게 됐다.

그 시간 동안 나의 아내는 날 따라오느라 힘겨웠을 것이다. 하지만 서툴지만 성장해나가는 초보아빠를 늘 묵묵히 응원해줘서 감사하고, 아이들에게도 고마울 따름이다.

내년에 시작될 경북 6기 100인의 아빠단, 매일 매일 어떤 추억을 만들고, 어떤 웃음이 번져나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오늘과 앞으로의 내일을 함께할 가족들에게 끝으로 사랑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며, 오늘 밤에도 개인 미션에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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