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대표 사퇴 이후 국민의힘 리더십 공백을 메울 비대위원장 인선을 놓고 여당 내부가 시끄럽다. 지난 15일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는 비대위원장 인선 기준과 적임을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후보군으로 한동훈 법무장관, 원희룡 국토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거론됐는데, 논쟁의 핵심은 한 장관이었다. 대중적 인지도와 참신성을 이유로 삼고초려 해야 한다는 친윤석열계의 주장과 '대통령 아바타' 이미지로 총선에 불리하다는 비주류의 반론이 팽팽하게 맞섰다고 한다. 윤재옥 대표 권한대행은 18일 긴급 당협위원장 회의를 열어 의견수렴을 이어갈 계획이지만 당내 분위기상 난산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 대표 거취를 놓고 맞붙었던 주류·비주류간 갈등의 전선이 이번엔 비대위원장 인선으로 옮겨붙은 양상이다.

비대위원장 인선의 기준은 이미 나와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고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을 이끌 능력이나 실력을 갖춘 분"이라는 윤 대표 권한대행의 말 그대로다. 국민에게 박수받을 만큼 당을 과감하게 쇄신하고 변화시켜 총선 승리를 견인하라는 의미인데, 문제는 누가 적임이냐이다. 답을 찾으려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때로 돌아가야 한다. 당시 여권에 던져진 숙제는 크게 기존 국정운영 방식 변화, 당정관계의 개선, 과감한 인적 쇄신이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의 환골탈태를 외치며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두 달간 띄웠으나 국민의 눈엔 혁신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도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는 자기희생을 보여주지 못했고 당정관계는 여전히 수직적이라는 인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론은 도리어 악화했고 결국 김기현 대표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강서 보선 참패의 교훈에서 비대위원장 인선도 출발하면 된다.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고 그 눈높이에 맞추면 될 일이다.

유력 비대위원장 후보로 급부상한 한동훈 장관 카드를 둘러싸고 주류와 비주류가 대체로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류는 높은 인지도와 참신함, 대야 전투력, 중도·부동층으로의 확장성 등을 들어 한 장관이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할 적임자라고 주장하는 반면 비주류는 정치 경험이 전무하고 선거 실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상황을 총괄지휘하기 어렵다고 부정적인 입장이다. 당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당정관계 재정립을 놓고는 한 장관이 대통령실과의 수직적 관계를 바꾸는 데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주장과 윤 대통령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오히려 수평적 관계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완수할 책무가 있는 집권여당이다. 그러려면 민심의 창구인 당과 국정운영의 주체인 정부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손발을 맞춰야 한다. 적절한 긴장과 견제가 작동하는 것이 건강한 당정관계다. 대통령실에 쓴소리도 하고 다수 야당과도 협치를 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새 비대위원장은 과감한 혁신과 새로운 미래비전으로 여당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책무가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반성'을 언급했던 윤 대통령도 여당의 쇄신과 변화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비대위원장에 누가 앉느냐보다 당정이 어떻게 '새로운 국민의힘'을 향해 한 뜻을 모으느냐가 혁신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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