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18일 오전 8시 24분께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장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전날 밤 동해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한 뒤 약 10시간 만에 이뤄진 도발이다. 이날 탄도미사일은 정상보다 높은 각도로 발사돼 약 1천㎞ 비행 후 동해상에 떨어졌는데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의 ICBM급으로 추정됐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올해 들어서만 5번째로, 지난 7월 12일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을 시험 발사한 지 5개월여만이다.

합참은 이날 탄도미사일의 비행시간과 최고 고도 등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일본 방위성은 탄도미사일이 약 73분간 비행했고, 최고 고도는 6천㎞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이 올 7월 발사한 ICBM 화성-18형과 유사한 궤적이라고 한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이날 탄도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쐈다면 1만5천㎞ 이상 비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수 있는 사거리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한미가 지난주 핵협의그룹(NCG) 회의에서 내년 8월 연합훈련 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핵 작전 연습을 하기로 한 데 반발해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ICBM 역량을 과시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고체연료를 사용해 연료 주입 절차 없이 기습 발사가 가능한 화성-18형 ICBM은 올 4월과 7월에도 시험발사가 있었다. 이번까지 세 차례 시험발사로 최종 성능을 검증했고 내년부터 이를 실전 배치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우주 궤도에 쏘아 올린 정찰위성이 성능에 의문이 있긴 하지만, 정찰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면 북한의 ICBM 공격 능력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정부는 이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영토와 국민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즉시 압도적으로 대응하라"로 지시했다. 아울러 "한미 핵협의그룹의 과제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 한미의 대북 핵 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날로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는 확고한 한미 핵 확장억제체제 구축으로 대응해야 한다.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인 ICBM을 실전 배치할 경우 미국이 '과연 북한의 핵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한국에 대한 핵 확장억지력을 제공할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일수도 있다. 한미 양국은 어떤 국내외 변수에도 확장억지력이 굳건히 실행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며, 핵협의그룹을 통해 그 속도를 더 내기 바란다. 핵 공격이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정도의 강력한 핵 대비 태세가 구축되면 북한이 선뜻 핵을 선제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 됨은 물론이다. 그간의 북핵 외교가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해법을 접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날도 베이징에선 중국 외교부장과 북한 외무성 부상 간 회담이 있었다. 대북 영향력이 있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을 통해 대북 외교 공간을 넓혀가는 것은 여전히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유효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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