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국가정보원장에 조태용 현 국가안보실장을, 외교부 장관에 조태열 전 외교부 2차관을 각각 내정했다. 조 실장의 후임은 이날 발표되지 않았다. 이번 외교안보라인 개편은 지난달 말 김규현 국정원장이 사임하고 박진 외교부 장관이 총선에 출마하는 것을 계기로 검토됐다. 앞서 지난 8월과 10월 각각 임명된 김영호 통일장관과 신원식 국방장관을 포함하면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사실상 2기 체제로 재편됐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 주변의 긴장이 새롭게 고조되고 공급망 리스크 등 글로벌 복합위기가 대두된 시점에 새 외교안보팀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조태용 후보자와 조태열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의 철학과 정책방향을 꿰뚫고 있으면서 실무와 정무에 두루 밝은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원팀 체제로 일관성있고 안정감있는 대응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수장에 지명된 조 후보자는 당선인 시절부터 윤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아온 인물로 내부 인사를 둘러싸고 홍역을 치른 국정원 조직을 안정화하고 내부기강을 다잡을 수 있는 적임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사실상 와해된 대북·해외 정보역량을 재구축하는 것이 급선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외교사령탑을 맡을 조 후보자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과 주 유엔대사를 지내 다자외교와 경제통상에 능통하다. 글로벌 복합 위기 국면에서 공급망 리스크와 통상협상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맞물려 국가안보실에 3차장을 신설한 것이 주목된다. 1차장이 외교, 2차장이 국방을 맡은데 이어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대통령실의 콘트롤타워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미 국제무대에서는 외교안보와 경제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각국이 경제적 실리 확대를 위해 외교안보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특히 자원의 무기화와 공급망의 분절화 흐름 속에서 주요 품목을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공급망 리스크에 언제든 노출될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을 아울러 다각도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대체 수입처 발굴과 국내 생산체계 구축을 대통령실이 직접 챙기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새 외교안보팀이 맞닥뜨린 최대 과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처다. 북한은 18일 '화성 18형'을 발사해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으로 둔 고체연료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전력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줬다. 2016년 6차 핵실험 이후 추가 핵실험은 없었지만 북한의 핵무기 역량은 날로 고도화하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을 무력화하려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간 핵 기반의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새 외교안보 진용은 극도의 경각심을 갖고 지난주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핵협의그룹(NCG)에서 논의한 대로 한미 간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의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한미일 준(準) 동맹체제를 더욱 긴밀히 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슬기롭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내년 초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성사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다. 미·중 대결의 와중에 우리의 경제적 이익이 손상되지 않도록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도 외교안보의 리스크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미·북 대화의 급격한 재개 가능성과 방위비 분담비용을 둘러싼 동맹간 이견, 예기치 못한 통상마찰 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만반의 대비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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