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 이었다. 내년에는 용의 해, 갑진년이다. 12월의 끝자락에 서니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송구영신의 의미가 가깝게 느껴진다.
지난 10일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선정했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견리망의’가 30.1%를 득표해 2023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견리망의’는 논어 현문편에 등장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에서 파생된 말이다. 공자는 제자 자로가 어떤 경지에 이르러야 성인(成人)이 될 수 있는지 묻자 “눈앞에 이로움을 보면 의를 생각하고, 나라가 위태로울 때는 목숨을 바치며, 오래된 약속일지라도 평소 그 말을 잊지 않는다면 성인이라 할 수 있다(見利思義 見危授命 久要不忘平生之言 亦可以爲成人矣)”고 답했다. 이후 ‘눈앞에 이로움을 보면 의를 생각한다’는 견리사의와 반대되는 뜻의 견리망의도 사자성어로 만들어져 확산했다.
견리망의를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며 “우리나라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 백년지대계를 생각하는 의로움보다는 목전에 있는 이익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김 교수는 특히 “백년지대계가 필요한 교육마저도 미래지향적 비전의 제시보다는 당장 이익과 경쟁이 우선시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내 아이의 편익을 위해 다른 아이나 선생님의 피해를 당연시하는 사건들이 많았다”며 “올바른 교육은 목전의 이익을 앞세우는 ‘성취’ 보다 미래를 향한 ‘성장’을 응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견리망의를 고른 다른 교수들도 한국 사회가 이익 추구로 인해 신뢰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A 교수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책무는 팽개치고 권리만 주장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B 교수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시민들은 더욱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한 이익에 관심을 가지게 마련인데, 그럴수록 사회 지도층이 공동체의 의로움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청룡의 해, 국은 상승의 해라고 한다. 주역에는 노력의 결과가 오고 상생, 협력으로 계묘년보다 한 단계 상승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긍정적 새로운 변화 조짐에 때를 놓치지 말고 잡아야 할 것이다.
내년에는 총선을 비롯해 국가적 대사가 많다. 송구영신은 세월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사다난했던 올해의 추위가 지나가면 봄은 희망을 안고 올 것이다. 숱한 어려움을 견디고 새싹이 돋아나듯 파릇파릇한 세상이 올 것으로 본다.인생은 희망 속에 사는 동물이다. 내년에는 그동안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 같은 모든 질병과 인류끼리 서로 총질하며 죽이는 전쟁도 사라지기를 바란다. 얼마 남지 않은 계묘년의 시간,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고 새해를 설계하는 시간이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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