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기본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를 준수했는지 따질 때는 1일 8시간 근로 초과분을 각각 더하는 것이 아니라 주간 근무 시간을 모두 더한 뒤 초과분을 계산하는 게 맞는다는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연장근로가 12시간을 초과하였는지는 근로 시간이 1일 8시간을 초과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1주간의 근로 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장근로 한도를 130회 초과해 일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씨의 혐의 일부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는 그동안의 근로기준법에 대한 정부의 행정해석과는 다른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12시간 한도에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번 상고심에선 '1주 12시간' 연장근로 시간을 어떻게 계산할지 기준이 쟁점이 됐다. 그동안에는 근로자가 하루에 8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을 각각 계산한 뒤 이를 합산한 값이 일주일에 12시간을 초과했는지 따졌다. 예를 들어 A씨가 1일 15시간씩, 1주에 3일 근무해 1주 근무시간이 총 45시간인 경우 고용부는 그간 '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1주 총근로시간은 52시간 이내이지만 근로자가 근무한 사흘간 하루 7시간씩 초과 근무를 했으므로 총 연장근로시간(21시간)이 1주 한도인 12시간을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1주 총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게 된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연장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을 제외한 5시간에 그친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의 의미에 대해 "1주간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계산하는 방법에 관해 하급심 판결이나 실무에서 여러 방식이 혼재하고 있었다"며 "1주간 40시간을 초과한 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최초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그동안의 엄격한 근로시간 계산법이 바로잡혀 사업주의 부담을 덜게 됐다는 사업주 측 반응과 자칫 근로자의 과로사를 일으킬 수 있는 판결로 시대착오적이라는 노동계의 비판이 엇갈린다.

현행 주52시간 근로가 일부 직종 등에서 유연화할 필요는 있다. 동시에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 차원에서 세밀한 보완책도 필요하다. 정부가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바쁠 때 더 일하고 한가할 때 쉴 수 있는 방식의 주52시간제 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노동자 휴식권 의무화, 근로일 간 최소 휴식 시간 보장, 하루 근로시간 상한 도입 등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본격화할 노사정 대화에선 이런 문제와 함께 새로운 대법 판례 이후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보완책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보완 입법은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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