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공식 취임했다. 여권 구원투수로 등판한 한 위원장에게 거는 '집토끼'(전통 지지층)의 기대는 크다. 하지만 그의 앞에 꽃길만 펼쳐진 것은 아니다. 이날 본인의 불출마 선언과 총선후보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등을 내세워 쇄신 경쟁에서 또 한발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갈 길이 멀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후에도 회복 기미가 없는 민심 이반을 되돌리려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참신한 인사들로 비대위를 꾸려야 하고, 중도·수도권·청년 등으로 외연을 넓혀 표심을 얻으려면 인재 영입뿐 아니라 비윤(비윤석열)계·비주류와의 관계 재정립 등 풀어야 할 숙제가 한 둘이 아니다.

당장 28일 야당이 강행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처는 한 위원장 본인과 윤 대통령, 여당과 대통령실의 향후 관계를 보여줄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 취임 전날인 25일 '총선 후 특검' 등 조건부 수용도 불가하다는 강경 방침을 밝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상황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특검법에 대한 기자 질문에 '총선용 악법'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비대위원장으로서 당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겠다"고 밝혀 '정치인 한동훈'으로서도 고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앞으로 공개될 비대위원들의 면면도 여당의 변화와 쇄신 의지를 보여줄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한 위원장이 "여의도 300명(국회의원)의 문법이 아니라 5천만 국민의 화법을 쓰겠다"고 밝힌 만큼 혁신적이고 참신한 인물, 시대정신을 대변할 인사,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배치해야 할 것이다. 중도 확장성을 높이기 위해 탈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대표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야당과의 관계 재정립도 쉽지 않은 문제다. 한 위원장의 취임식과 기자회견에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날이 선 언급이 적지 않았다. 대야관계의 정무적 고려도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 정치 신인인 한 위원장에게 이들 모든 과제는 정치 9단도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일 것이다. 연말연시 집중된 이들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한동훈 비대위는 조기에 성패가 갈릴 수도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선당후사(先黨後私)'가 아닌 선민후사(先民後私)'의 실천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보다도 '국민'이 우선이라고 했다. 자신의 언급대로 모든 문제를 국민을 먼저 생각하며 풀어간다면 닥쳐오는 난제들에 대한 해법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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