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숙 미술평론가

▲ 신현희 작 ‘휴식’

   
▲ 구본숙 미술평론가

 ‘꿈의 해석’을 주제로 드로잉 작업을 하는 신연희 작가는 무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느낌을 손이 자유로이 움직이는 대로 표현한다. 꿈은 일상 속에 일어나는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인상 깊게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수면 상태에서 보이는 이미지다. 의식은 빙산의 일각이라 할 만큼 일부분이지만 그 이면의 무의식은 실로 방대하다. 작가의 표현기법인 ‘자동기술법’은 초현실주의 기법 가운데 하나로 무의식에서 이루어지는 표현을 뜻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꿈에서 깨어있는 동안 무의식의 이야기를 무아지경 속에서 풀어내는 것이다.

작가는 작품 ‘휴식’을 통해 숨 가쁘게 바쁜 삶에서 어느 순간 쉼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눈을 감고 평화로운 표정으로 편히 쉬고 있는 자아를 나타냈다. 편안한 표정은 최소한의 선으로 표현했다. 차갑고 창백한 얼굴이지만 따스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표정에서 내뿜는 안온한 분위기가 작용해서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목적을 향해서 혹은 현실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현실에 지쳐가는 가운데 삶의 안식을 위해 누구나 쉼을 필요로 한다.

작가는 2년 전 개인사업을 시작했고 관련 일을 배우고 사업장소 및 거처를 구하는 등 인생의 큰 변화가 있었다. 이때, 눈이 불편하여 눈 수술을 했지만, 더 악화되고 말았다. 또한, 일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물량이 많아지고 그것을 밤을 지새워가며 열심히 했을 뿐인데 허리가 어긋나고 손가락과 무릎에 관절염이 생긴 적도 있다. 좋지 않은 일이 한꺼번에 닥치게 되자 절망감을 느꼈다. 작가는 힘든 현실을 극복하고 싶었고 본래 자신의 신앙이었던 성당에 다시 다니게 되었다. 사업으로 인해 한동안 소홀했던 종교를 희망으로 삼았다.

이 시기에 작품 ‘휴식’을 그리게 되었다. 마음의 모든 짐을 내려놓으며 그 속에 응축된 감정들을 쏟아내듯 그렸고 작품을 완성할 무렵 마침내 바쁜 삶에 지친 심신도 치유되었다. 다시 현실을 향한 에너지도 생겼다. 작품은 일종의 카타르시스적 효과가 있다. 작가뿐 아니라 작품을 바라보는 타자(他者) 역시 한결 마음이 편안하고 지친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게 되는데 화면 안에 자유로이 펼쳐진 작가의 감정을 고스란히 뿜고 있는 연유이다.

신연희 작가는 주로 선을 중심으로 작업했다. 손이 움직이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 표출하기에 작품에서 ‘과정’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회화 장르에 속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표현되는 행위예술과도 같다. 이는 과정미술(Process art)의 한 영역으로 1950년대 잭슨폴록(Jackson Pollock, 1912-1956)의 액션페인팅에서 유래되었다. 액션페인팅과 같이 행위와 표출의 과정에서 본질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선과 더불어 최근 작품에서 색채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작품은 내면이 성장하는 계단과도 같다. 작품 속에는 치열함과 고민이 담겨 있지만,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 슬픔과 힘듦을 극복하는 희망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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