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태 칼럼니스트·공학박사

“혹시 항공기 날개 끝이 90도로 꺾어져 있는 것을 아시나요?” 이 작은 변화가 가져오는 결과는 항공기의 기술과 항공 안전에도 큰 차이를 불러온다. 얼마 전 방위산업청은 항공무기체계의 기술자립과 항공 산업 발전을 위해 첨단 항공엔진 개발을 위한 개념연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제트기에 들어갈 터보팬의 항공엔진을 개발하는 기술력은 현재 미국과 영국 등 일부 선진국만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선 국방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항공엔진 개발을 위한 설계 및 소재 그리고 공정 및 부품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민간분야에서 독자적인 항공관련 기술개발은 막대한 예산과 오랜 시간의 투입으로 어렵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 자체로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오늘은 예전 공군에서 일선 전투기 정비를 하던 일과, 한 때 강원도 태백의 항공관련 고등학교에 재직하며 느낀 항공기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기상나팔소리와 함께 눈을 떠서 사랑하는 애기(愛機) F-5E 제공호의 우렁찬 엔진소리를 들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눈앞에서 굉음을 내던 제공호는 곧바로 붉은 불기둥을 내뿜으며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하늘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을 가진 대한민국 공군의 주력기인 <제공호>가 우리의 영공을 순찰하며 국민의 안전을 지킨 지 어언 50년이 지났다. 이제는 참매라고 불리던 F-16, 그리고 이글 F-15K, 국산 경공격기인 FA-50에 그 자리를 넘겨주었다. 그리고 급기야 KF-21 보라매로 불리는 우리 첨단 국산전투기의 등장에 이르렀다.

이제 <제공호>는 더 이상 날아오르지 않겠지만, 젊은 시절 함께 한 자랑스러운 나의 영원한 애기(愛機)이다. 격납고에서 거의 매일처럼 전투기를 정비하며 하늘을 나는 항공기에 대해 늘 관찰했다. 전투기의 날개나 헬리콥터의 날개를 잘라보면 마치 호빵처럼 위가 둥글고 바닥은 편평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날개 아래를 지나는 구간은 거리가 짧아서 공기의 흐름이 늦고 날개 위는 거리가 멀어 공기의 속도가 빠르다. 이 때 날개 아래는 높은 압력이, 날개 위는 낮은 압력이 발생하여 항공기의 양력을 발생시킨다. 이는 마치 배가 물살을 가르고 나아갈 때 갈라진 물살이 빨라지는 것과 같고, 강물이 교량을 통과할 때 유속이 빨라지는 것과 같다. 혹은 수도호스를 누르면 좁아진 구멍으로 물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스위스의 베르누이라는 과학자가 이러한 유체의 흐름을 발견하고 나름대로 정리를 해 놓은 이론이 항공기술의 큰 원칙이 되었다. 엔진의 터빈을 보면 톱니바퀴 같은 여러 개의 칼날(블레이드)에 작은 홈이 파져있다. 이 작은 홈을 통과하는 공기가 순간 빨라지며 고압의 압축공기를 만들어 터빈의 폭발력을 발생시킨다. 또한 날개 끝을 90도로 꺾으면 날개 끝에 발생하는 난기류를 없애고 공기마찰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 이 작은 날개의 꺾임이 연료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한다. 보잉 737의 경우 국제선 연료비용의 4~6%정도 항공유를 절감한다고 하니 이 작은 기술적 변화가 가져오는 결과는 크다. 이렇게 작은 기술로도 항공 산업에 큰 도움이 되는 사례를 볼 때 미래 우리 학생들의 풀뿌리 교육이 시급하다.

강원도 태백에 <한국항공고>가 항공인재양성과 항공 산업의 산실로서 내년 3월 개교한다. 문명호 교장선생님의 열정과 의지, 그리고 수많은 교직원들의 단결된 모습 아래 많은 난관을 뚫고 추진된 <한국항공고>는 2024년부터 항공정비 시스템 과에서 신입생을 모집한다. 교과과정은 항공기 엔진 및 기체정비, 항공기 전기전자 계기 장비 정비, 헬기 정비, 각종 첨단 비파괴 검사 뿐 아니라 항공기 복합소재 개발에도 앞서서 항공정비 기술자를 양성한다고 하니 무척이나 다행스럽다. 예전 군 생활을 통해 항공기 원리에 대해 공부할 때만 해도 미국의 T.O (Technical Order)라는 기술지시서를 통해 참으로 어렵게도 배웠다. 엔진을 뜯어 내부를 처음 들여다보았을 때 그 막막함이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지구촌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중국과 대만의 양안 긴장, 남, 북한의 대처 등 도처에 지뢰밭을 지나듯이 매우 위태롭다. 자국의 안보를 위해 강력한 안보자산인 항공 산업을 육성해야만 하고, 단시간 안에 그것을 완성시키기는 상당이 어렵다. 미래의 먹거리로서도 항공 산업이 가지는 영향력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의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은 자체적으로 전투기를 생산하고 항공 산업이 매우 뛰어난 특징이 있다. 최근 우리도 KF-21보라매의 개발 등으로 세계방산시장에서의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이것은 예전 라이선스로 조립을 하며 새벽 아침 활주로에서 저 하늘로 날려 보내던 <제공호>를 경험한 세대로서 무척이나 고맙고 자랑스럽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교육부는 항공 산업의 풀뿌리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윙 팁 볼텍스(Wing Tip Vortex), 날개 끝을 꺾어 만든 작은 변화가 큰 울림이 되듯, 새해를 맞아 첨단 항공 산업의 첫걸음을 딛는 모든 이들이 하늘 높이 나는 항공기술의 원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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