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몇 년전 기생충이라는 한국영화가 미국에 알려지더니, 그후 보컬밴드 BTS가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들이 어떤 계기로 운 좋게 알려진 게 된 게 아니냐는 이들도 없지 않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러한 여건들이 조금씩 점진적으로 조성되어 왔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예를 들며 12년전 싸이의 강남스타일, 15년전 원더걸스의 노바디 등이 그러하고, 그전에 일본과 동남아 등지에서 각광 받던 대장금 등 드라마들이 그 시작에 해당 될 것이다.

이제는 전세계에 한국문화가 잘 알려져 가고 있고 우리는 이를 K-culture, K-music, K-cosmetic, K-movie, K-drama, K-food 등으로 부르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매우 뿌듯하고 자부심을 찾는 기회가 되고 있음은 명백하다. 이로 인한 경제적인 파급효과도 대단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한국산 자동차가 더 팔리고, TV, 냉장고, 화장품 등도 더 팔리고,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근래에는 과거와 달리 세계 방방곡곡에 인터넷과 핸드폰이 보급되어 독특한 모습을 보이는 한국의 문화예술과 전자제품들이 좀 더 빠르게 알려지게 된 것도 이유라고 본다.

몇 달 전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냉동김밥이 미국시장에 선을 보이고 아주 잘 팔린다는 소문을 접한 바 있다. 원래 다른 한국인처럼 김밥을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미국에서는 일본의 쓰시가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날 생선을 초밥에 얹은 것이거나, 캘리포니아 롤이라고 불리며 아보카도, 유부 등을 중간에 넣고 겉은 흰쌀밥으로 싸고 겉에 생선알을 뿌린 것 등이 그것이다. 한국의 김밥은 그와 비슷한듯하면서도 다른 것이, 우리는 그 안에 당근, 시금치, 달걀부침, 유부, 볶은 고기 등을 듬뿍 넣고, 겉이 김으로 싸여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김이라는 것이 요즈음 미국에서도 건강스넥으로 잘 알려져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이 되어 있다. 그러니 요즈음 한국의 김치, 불고기, 비빔밥 등과 더불어 김밥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인들로서는 한국식당이나 한국 식품점에 가기 전에는 김밥 맛을 볼 수 없었는데, 한국의 대기업에서 김밥을 만들고 이를 오래 보관 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여 미국시장에 내놓게 된 것이다. 김밥은 대개 만들어 반나절 안에 먹어야 하기 때문에 장기간 보전이 힘들고 외국인들로서는 만들기도 힘들었는데, 한국의 한 기업이 미국인의 선호도에 따른 건강식품이며 안전한 제품이라는 기치를 걸고, 위생적으로 제조하여 급냉시켜 수출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호기심이겠지만, 의외로 금방 매진되기에 며칠을 기다려야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 유기농 식품점으로 유명한 ‘트레이더 조스’가 있어 평소 애용하는데, 이곳에 몇 주 전부터 한국산 냉동김밥이 출시되었다. 그런데 나오는 족족 다 팔려서 이를 구할 수 있었던 된 것은 며칠 후였다. 한국의 일부 김밥집들처럼 한 줄씩 종이봉지에 싸여 얼어 있는데, 이를 집으로 가져와 마이크로 오븐에 해동하면 되는 것이다. 가격은 한 줄 당 $3.50으로 한국에서의 한 줄 가격과 비슷하다. 미국에서는 한국 식품점에서 김밥을 직접 만들어 파는데, 두 줄 패키지에 $9 정도이고, 쓰시도 한 줄에 $7 정도 하니 가격경쟁력은 큰 편이다.

집에서 해동해 맛을 보는데, 놀라지 마시라. 아주 맛이 있었다. 즉석에서 만들어진 김밥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다만 건강식품이라는 브랜드를 살려 중간에 당근, 유부, 시금치 정도만 양념해 넣었는데, 좀 싱거운듯하면서도 맛이 좋은 것이다. 더구나 가격도 저렴하고 한국이라는 하이텍 선진국의 위생적으로 처리된 김밥이라는 것이니, 미국인들도 안 사 먹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 많은 음식들로 홍수를 이룬, 더구나 질 좋은 쇠고기가 있어 스테이크가 주된 음식이 되는 미국에서 한국 음식들도 불고기, LA갈비, 쇠고기와 채소 많이 넣은 비빔밥 정도가 유명했는데, 김밥이 대박을 터칠 직전에 와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결론이 좀 조심스럽기는 하다. 좀 더 다양한 김밥 속을 개발해야 하고 일본의 쓰시나 미국의 샌드위치와 비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어야 장기적인 성공이 이룩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한국음식을 포함한 한국의 문화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 알려지는 것은 이제 한국이 겨우 알려지고 인정받기 시작한 정도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신기루 같이 사라져 버릴 인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분명 유럽 백인 문화가 아닌 소수민족의 문화가 미국주류문화에 파고든 좋은 예이고, 미국사회가 대체적으로 무시
했던 소수문화를 받아들이는 계기 중 하나가 되었음도 분명하다.

지난해 말 그것도 12월 마지막 주쯤에 미국연방의회가 ‘한국의 날’ 지정을 발표했는데, 이는 아시아 국가 중 처음이라서 많은 한국인들이 우리를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기뻐했는데, 사실을 따져 본다면 미국인들 그리고 연방 및 주 정부들의 중국에 대한 경계와 반감에서 통과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이 김치, 의복 등도 중국 것이고, 한반도 밖의 우리 한국의 역사인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도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아무튼 그러한 가운데서도 비교적 소수인 우리 한국문화가 주류 미국문화에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직은 미국에서 인종적, 언어적, 문화적 소수로서 힘든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필자의 아들들을 포함한 한국 젊은이들을 보며, 이러한 김밥 같은 성공이 연이어 생겨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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