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다사다난한 2023년이 지나고 2024년이 되었다. 그리고 아직은 지난해의 여운이 남아 있는 연초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짧은 기간 동안 큼지막한 사건들이 발생하여 정신이 없다. 대표적으로 1월 1일, 해가 바뀌자마자 일본에서 진도 7.6의 큰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어서 1월 2일 우리나라에서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있었다. 연이어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 간 긴장이 야기되었고 유명한 공중파 방송국을 운영하는 건설회사가 어려워 졌다는 뉴스도 있다. 우리지역에서는 포스코 회장의 연임 좌절 등 짧은 시간에 큰 사건이 많이 발생하였다. 하나같이 충격적이다. 연말에 선정하는 10대 뉴스에 포함될만한 사건들이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진행되는 전쟁도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은 소강상태에 접어들곤 하지만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올해 중반까지는 갈 것 같다.

앞으로 있을 사건들도 만만찮다. 당장 4월 총선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판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하여 대만 등 세계 곳곳에서 중요한 선거가 실시된다고 한다. 결과에 따라 세계 정치와 경제의 판도가 변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저출산이다. 앞으로 더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올해나 내년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장기화되면 정말 심각한 위기다. 나라가 사라질 수도 있다. 정부에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한다고 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세계나 국가적 차원의 거시적 문제뿐만 아니라 당장 생활에 영향을 주는 실질적 사건도 있다. 작년부터 이어진 물가인상으로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내가 사는 대구에는 교통요금이 인상되었는데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나에게는 가장 피부로 느껴지는 사건이다. 그나마 기름 값은 안정적이지만 중동 정세에 따라 급등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벌써부터 이런 사건들이 터지는걸 보니 올해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사건들만으로도 이미 다사다난의 조건은 충족된 것만 같다.
물론 충격적인 사건들은 해마다 나오고 있다. 올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세상사 변화는 필연이다. 새로운 사건은 항상 나타난다. 그리고 변화 속도 또한 빨라질 것이다. 다만 올해는 연초부터 큼지막한 사건이 터지니 정신이 없을 뿐이다. 예전에 없던 사건이 발생하거나 이전과 다른 양상이면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올해는 청룡의 해라고 해서 좋은 기운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하는 상서로운 존재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크게 도움을 주지는 못한 것 같다. 오히려 입으로 불이나 뿜어내는 난폭한 성격에 희생될 것 같은 느낌이 크다.
살펴보면 해마다 그해를 상징하는 12지 동물에 좋은 의미를 부여하여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절대 나쁜 의미를 붙이지는 않는다. 심지어 평소 우리가 멸시하는 쥐띠에도 좋은 의미로 포장한다. 그래서 해석처럼 잘되면 다행이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그렇게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해마다 연말에는 한해를 사자성어로 결산하기도 한다. 작년에는 교수신문에서 2023년을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라는 뜻의 ‘견리망의(見利忘義)’라고 발표하였다. 별로 좋은 의미는 아니다. 비판적 성향의 지식인이라 당연할 시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좋은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하는 바램은 우리 모두의 희망일 것이다.

그러면 올해 연말은 어떤 말이 나올까? 태평성대는 이미 물 건너간 듯 하고 이대로 가다가는 좋지 않는 의미의 관용어들이 나올 것 같다. 아주 이상한 표현의 처음 보는 신조어를 보게 될 것만 같다.
그렇다면 연말에 나올 말을 미리 정해놓고 이를 이루려 하거나 진행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비록 실제로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 희망일 뿐이지만 이런 목표를 갖고 1년을 전개하면 그나마 덜 나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벌써부터 이런데 올해는 어떻게 보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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