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나란히 총선 공약으로 저출생 대책을 내놨다. 여야 대표가 한날 같은 주제로 공약을 발표한 건 이례적이다. 공허하게 말 폭탄만 주고받던 정치권이 모처럼 정책 대결, 공약 경쟁에 시동을 건 모양새인데 반가운 일이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위기를 경고하는 우울한 통계는 수도 없이 많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 25만명을 밑돌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970년 100만명을 넘던 출생아 수가 2002년 49만명으로 곤두박질친 데 이어 20년 만에 다시 반토막 난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지금처럼 0.7∼0.8명 선에 그친다면 5천만명인 인구가 50년 뒤 2천만명 줄어 3천만명 선을 지키기도 빠듯할 것으로 관측됐다. 양당도 공약 발표 자료에서 공통으로 '국가 소멸' 위기를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1호 공약으로 발표한 '일·가족 모두 행복' 정책에는 아빠 유급 출산휴가 1개월 의무화, 신청만으로 육아휴직 자동 개시, 육아기 유연근무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60만원 인상, 대체인력 채용 시 인센티브 지급 및 동료 업무 대행 수당 신설, 가족 친화 중소기업 법인세 감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여성가족부 업무를 흡수하고 보건복지, 교육, 노동 등 여러 부처에 흩어진 저출생 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급 '인구부'와 안정적 재원 마련을 위한 저출생대응특별회계를 신설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내놓은 '저출생 종합대책'은 2자녀 출산 시 24평, 3자녀 출산 시 33평 주택을 분양전환 공공임대 방식으로 제공하고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 1억원을 대출해준 뒤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하는 한편 8∼17세 자녀 1인당 월 2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방안, 신청만 하면 자동으로 육아휴직에 들어가도록 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가칭 '인구위기대응부' 신설도 포함됐다.

양당이 내놓은 결혼·출산·양육과 일·가정 양립을 위한 패키지 수준의 포괄적인 저출생 대책에는 유사한 내용도 많다. 저출생 관련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부처를 새로 설치하고 회사와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휴가·휴직을 쓸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여야는 공약의 공통분모부터 찾아 즉시 관련 법과 규정을 손질하는 일에 나서야 할 것이다. "실현 가능한 방안 가운데 여야 간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즉시 입법화하자"는 이 대표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정치권은 또 연간 수십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 등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이날 저출생 대책 공약을 시작으로 상대방을 헐뜯고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보다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책 대결이 본격화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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