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세종대 교수

  1833년 노예 소유자에게 2천만 파운드를 지불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노예 보상 위원회를 설립했다. 노예 보상 위원회가 활동하는 과정에서 1834년 8월 1일 모든 노예 소유자의 이름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역설적이게도 노예 소유자의 면모가 더욱 정확하게 역사에 기록되는 효과를 낳았다. 런던대학교 영국 노예 유산(Legacies of British Slavery) 홈페이지에서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당대 최고 부자이자 자유주의, 평화주의 노선을 내세우며 19세기 중후반을 대표한다고 알려진 영국 총리 윌리엄 에워트 글래드스톤(William Ewart Gladstone)의 아버지 존 글래드스톤(John Gladstone)의 노예 소유 규모도 드러났다. 그들이 개인의 재산으로 간주한 2,500명의 남성, 여성 및 어린이에 대한 보상으로 10만 파운드(현재 약 800만 파운드)을 지급 받았다. 노예에 대한 경제적 대가를 지불한다고 결정하던 1833년 윌리암 글래드스톤은 하원의원을 하고 있었다.

노예 보상 위원회의 기록에는 ‘동물농장’ 소설로 유명한 조지 오웰(George Orwell),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문학 평론가인 그레이엄 그린(Graham Greene), 살아생전 가장 유명한 여류 시인인 엘리자베스 바렛 브라우닝(Elizabeth Barrett Browning), 건축가 조지 길버트 스캇(George Gilbert Scott) 및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론(David Cameron) 조상의 이름이 있으며 이들은 노예 소유한 것에 대해 보상을 받았다.

부와 권력과 사회적 지위가 연결되어 있는 영국 사회에서 노예주는 노예 상실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노예는 박탈당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익숙해져 있다. 노예에게 배상 및 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애써 외면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불의에 대해 매우 부당하며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영국인은 미국에서 발생한 사건에서 영감을 얻고 싶어 한다.

2005년 1월 20일 미국 JP Morgan Chase 회사는 공개성명서를 통해 1831년부터 1865년 사이에 J.P. Morgan Chase의 전신 은행인 Citizens Bank와 Canal Bank in Louisiana가 약 13,000명의 노예를 대출 담보로 받아들였고, 그중 약 1,250 케이스는 채무불이행이 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직원들에게 사과하였다.

후속 조치로 루이지애나 출신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루이지애나 주에서 대학에 다니면 5년에 걸쳐 500만 달러를 제공하여 등록금 전액을 지불한다고 약속하였다. 비록 은행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완전히 빚을 갚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노예 배상 운동가 데드리아 파머-파엘만(Deadria Farmer-Paellmann)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는 단계’라고 지적하였다.

그동안 영국은 노예제의 잔인성을 최소화하고, 식민 지배를 미화하고 낭만화하고, 노예제 폐지에 있어 영국 엘리트들의 역할을 과대평가하고, 노예제와 식민 착취를 종식시키기 위한 풀뿌리 투쟁을 과소평가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런던과 영국이 노예 제도와 식민주의로부터 어떻게 번창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국가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계속 진행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영국을 이해하는데도 중요한 일이다.

독일이 나치의 유대인 희생자들에게 지불하기로 합의한 배상금(2012년 이후 890억 달러 이상)을 기반으로 하였을 때, 미국 코네티컷 대학교의 토마스 크레이머(Thomas Craemer)는 현재 노예제의 배상 가치를 5조 9천억 달러에서 14조 2천억 달러 사이로 계산하고 있다.

경제학자 웃사(Utsa Patnaik)는 약 200년에 걸쳐 동인도 회사와 영국 제국은 최소 9조 2천억 파운드(또는 44조 6천억 달러)를 빼돌린 것으로 계산하였다. 2005년 로버트 앨런(Robert Allen)은 350년간의 영국 식민통치 기간 동안 인도의 실질임금은 23.3% 감소했다고 조사하였다. 외양적으로 설명되는 제국의 근대화와 달리 영국은 인도를 탈개발시켰다는 것을 연구로 증명해 내었다. 이런 연구를 통해 노예제와 제국의 지속적인 유산에 연루된 런던의 금융 기관을 폭로함으로써 그들이 자신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촉구하려는 의도가 있다.

2016년 유엔 아프리카계 전문가들은 미국이 ‘인종 테러’의 역사에 대한 유색인종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2019년 3월 유럽의회는 약 1,500만 명의 아프리카계 사람들이 직면한 구조적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고 식민지 기록 보관소의 기밀을 해제하며 ‘어떤 형태의 배상’을 해야 하는 당위성에 압도적 투표로 결정하였다. 늦었지만 구체적으로 실천하여 결과를 증명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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