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훈식 모동초등학교장

 해마다 12월이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멀쩡한 보도블록 같아 보이는데도 새로 까는 것이다. 교육기관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보인다. 외벽 페인팅과 감싸기, 창호 개선, 인테리어 공사, 책걸상 바꾸기 등이다. 물론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꼭 필요한 공사와 구매인지 세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단지 예산을 쓰기 위해서 하는 일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해마다 예산을 신청하라는 공문들이 내려온다. 그런데 막상 내용을 살펴보면 여유 교실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학교에서는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아예 신청조차도 할 수가 없다. 이는 대부분 학교가 옛날 기준으로 지어진 관계로 교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즉 학급별로 필요한 1실의 교실 이외에 특별 교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옛적에는 과학실과 도서실만이 특별 교실이었다고 할 수 있었으나 시대가 변함에 따라 특수 목적의 교실이 더 필요하게 되었다. 컴퓨터실, 급식실, 조리실습실, 시청각실, 보건실과 보건교육실, 영어교실, 피아노 지도가 가능한 다목적의 방과후교실, 돌봄교실, 메이커 교실, 체육관, VR 설치실, 실내 골프 연습장, 수영장, 샤워장, 탈의실, 양치실, 상담실, 휴게실, 천연 잔디 구장, 빙상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등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유대한민국의 종합국력이 G10을 넘어 G6라고 들었는데 이제는 G4라는 얘기까지도 들려온다. 그럼, 교육 시설은 과연 G4에 적합한지, 나아가서는 G1을 바라보기에 적합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일례로 경북도교육청의 슬로건이 대한민국 교육의 표준에서 이제는 세계교육의 표준을 내걸고 있음이다.
하지만 교육 시설 측면에서는 세계교육의 표준을 내걸기에는 아직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해서 대한민국 전체의 교육 시설을 세계교육 표준으로써 G4에 걸맞고 앞으로 G1에 어울리게 하려면 근시안이 아니라 먼 안목으로 다음과 같이 접근해야 할 것이다.

첫째는, 접근 원칙을 기존 시설의 심미성을 위한 투자보다는 교육 내용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즉 심미적 개선을 위한 하드웨어적인 접근보다는 교육 내용의 향상을 위한 소프트웨어 접근이 우선이다. 예로 도서관 리모델링에 필요한 수억의 지출보다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도서 등의 자료 제공에 우선하여 예산을 집행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기존 시설의 중복 투자보다는 필요한 교육 시설을 새로이 구축해야 할 것이다. 즉 기존의 실내 인테리어와 창호 및 외벽 개선을 위한 투자보다는 다목적의 방과후교실과 수영장 및 샤워실 등과 같은 부족한 교육 공간과 위생 시설 확보가 우선이다.

셋째는, 낡은 건물을 보수하기보다는 신축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시멘트 콘크리트 건물의 수명이 100년이 넘는다고 한다지만 내진 설계 측면으로 보면 모두가 불합격인 셈이다. 게다가 대부분 50여 년 전에 지어진 교실들인지라 순살 아파트처럼 행여라도 철근이나 시멘트를 규정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말하여 무엇하리오.
넷째는, 넘쳐나는 교육세를 다자녀 가구에 대한 교육비 지원으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등록금, 국내외 유학에 필요한 주택 임대료, 식비, 피복비 등을 지원함으로써 아이들이 다시 교실에 넘쳐나게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핵심은 출산율이 증가하지 않는 똥볼의 정책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다.

다섯째는, 경제성의 논리를 교육 현장에도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예전에 3복식(3개 학년이 1개 반) 수업의 담임을 한 적이 있었다. 아동의 학습권 침해는 물론이며 교사에게는 쉬는 시간이 전혀 없는 것과 같기에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해서 3복식은 폐지되었고 현재는 2복식(2개 학년이 1개 반) 수업의 담임제만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복식 학급의 학생은 많아도 5명(3+2)이다. 그리고 2개 학년이 6명(3+3) 이상이거나 한 학년이 4명 이상이면 학년마다 단식 수업이 된다. 심지어는 1개 학년이 1명뿐일지라도 나머지의 5개 학년이 각각 4명 이상이라면 1명의 단식 학급이 편성된다.

유치원은 한 학급 최저 편성 인원 기준이 3명이다. 그러나 1면 1유치원인 경우는 2명이다. 중학교의 경우는 복식 학급을 아예 편성하지 않는다. 학년마다 학생이 1명이라 할지라도 3개 학급을 편성한다. 한마디로 돈 자랑(?)이다.
과거의 복식 학급 편성 기준은 이렇지 않았다. 지금처럼 학급 편성 기준의 아동 수가 계속 낮아진 것은 교육감의 권한 규정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즉 한 학급의 편성 기준을 교육감이 정할 수 있다. 이러다가는 한 학급의 편성 기준이 한 명으로까지 내려올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경제성을 논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동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친구들이 없는 학급 편성을 과연 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인구의 도시 집중화와 저출산으로 농어촌 인구의 고령화와 급격한 감소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마을이 통째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어쩌면 학교 간 통폐합을 떠나서 학교 자체가 아예 사라질 날도 올 것이다.
농어촌의 소규모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학생과 교직원의 수를 보면 누구나 황당함을 느낄 것이다. 예로 초등의 경우 전교생 17명에 교직원 18명이다. 중학교는 전교생 7명에 교직원 11명이다. 방과후학교 강사를 포함한다면 이보다 많다. 이 역시 지나친 예산 투자이며 아이러니 중의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겠다.

과거는 폐교된 학구의 학생들에게만 통학버스가 제공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폐교 여부를 떠나 유, 초, 중, 고까지 많은 학교에 통학버스를 지원하고 있다. 조금만 차를 더 타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소규모 학교를 계속해서 유지함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하여 앞에서 지적한 문제들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좀 더 근원적인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즉 소규모 학교의 적극적인 통폐합 추진이다. 이 모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학부모들은 통폐합을 찬성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민과 동창회원의 반대로 통폐합이 무산되고 있음이 현실이다. 과거는 일정 기준 이하의 학생 수이면 통폐합이 되었다. 근본 원인이 무엇 때문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본 원고에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세계교육의 표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 간 구조조정을 통하여 지나치게 낭비되는 예산의 규모를 줄이고 여력은 선진 대한민국의 교육으로 거듭나도록 투자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 지역민, 동창회원 등의 개인적 이익보다는 대승적 이해도와 협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교육예산을 어떻게 쓰는 것이 바로 쓰는 것인가를 심각히 고민할 때이다. 그러할 때 비로소 학생 개개인은 물론이고 국가 전체적으로 앞서가는 교육 시스템과 결과를 얻을 것이며 나아가서는 저출산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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