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도출신 ‘숯의 화가’ 이배 작가(가운데)가 지난 23일 모교인 모계중·고를 방문해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 3억원을 기탁하고 학교 관계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모계중·고 제공
청도중, 문곤이배장학회 설립
작가 뜻 따라 미술학도에 지원







한국 현대 미술의 거장 이배 작가가 지난 23일 모교인 청도 모계중·고등학교에 장학금 3억원을 기탁해 훈훈한 후배사랑이 귀감이 되고 있다.

청도 출신으로 모계중 23회 졸업생인 이배 작가는 ‘숯의 화가’로 불리며, 독창적인 화풍과 정체성의 단색화가 특징적이다. 특히 프랑스 문화예술훈장(기사장)을 아시아인 최초로 수훈 받고 파리, 뉴욕, 도쿄 등 세계 곳곳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작가로서 사랑받게 된 출발점에는 모교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있었다. 중학생 시절 이배 작가는 모계중학교 미술 선생님이셨던 고(故) 문곤 선생님에게 재능을 인정받으며 화가의 꿈을 키우게 됐다. 집안의 반대로 화가의 꿈을 포기할 뻔한 제자를 위해 선생님은 직접 부모님을 설득해 꿈을 계속 키우도록 지지했다. 또한 어려운 형편으로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는 제자를 위해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등 사랑을 베풀었다.

이배 작가는 선생님께 받은 사랑을 잊지 않고 다시 후배들에게 베풀고 있다. 지난 2014년 모교에서 특별 강연을 가지며 후배들을 격려했고, 2019년 작품 6점을 기증하는 등 모교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줬다.

특히 ‘신체의 기억’이라는 제목의 작품 6점은 작가 자신의 기질과 개성을 결정하게 된 고향 땅 청도의 기억을 담고 있으며, 모계고 갤러리에 전시돼 학생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학교 측은 이배 작가가 쾌척한 장학금 3억원을 기반으로 문곤이배장학회가 설립된다고 했다. 당초 이배 작가 측은 은사 문곤 선생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문곤장학회로 명명하길 바랐으나 학교 측의 설득으로 문곤이배장학회로 발족하게 됐다.

장학회는 학교의 발전기금계좌와 분리된 별도의 계좌로 운영하며, 매년 2000만원 이내에서 모계중·고 학생들에게 지급된다. 특히 이배 작가의 뜻에 따라 미술학도를 위한 별도의 장학금도 마련됐다.

이배 작가는 약정식에서 “충분한 지원을 하기에는 미미한 금액이지만 필요한 곳에 쓰이길 바라는 마음이다”며 “세상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서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고향을 방문해 귀한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도 된 것 같아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석재 모계중·고 교장은 “모교를 잊지 않고 큰 사랑을 베풀어 준 작가님에게 감사드린다. 학생들이 작가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성장해 다시 베푸는 선순환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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