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니카 수필가

전봇대를 잡고 버텨보는
수세미 줄기는
아직도 열매를 말리느라 힘겨운 날
나무 아래 앉아 오전 내내
작은 발을 수세미처럼 문질러 얼굴을 씻고 있는
고양이 눈처럼
눈망울 소리처럼
1월은 무심하다
크리스마스트리에게로 가는 길을
마른 고추 밭을 지나
꾸물거리며 기어가는 전선에는
아직도 흘러가는 무엇이 있는데, 그렇게 한나절이
가고 없는 1월
텃밭 빈 밭고랑에서
싹을 입에 문 채 썩고 있는 노랑고구마처럼
아무도 말이 없는데

그것들을 시라고 받아 적고 있는 나의, 머릿속
시끄러움만 오직
없는 소리의 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는데
푸른 잎으로 겨울을 나는
주목 나무만 귀가 아프다 하는데

저녁 때
어둠은 슬쩍 이 고요의 빛을 바꾸자는데
고양이처럼 자꾸 눈이 아프다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2024년의 새해가 밝았다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외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1월도 소리 없이’ 지나가 버렸다. 갑진년을 값지게 보내야지 하는 결심의 1월, 1월은 뜻깊은 새해의 첫 달임에도 의미마저 새기려 하지 않고 바쁘게 지나가고 말았다. 시간이 서둘러 지나간다.
그렇게 세월의 한 귀퉁이가 야금야금 베어지고 있다. 추상성의 세월이 구체적인 시간과 대립하다가 구체성에 밀리는 생의 형상이 형성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나의 흔적이… 시간의 발자취 따라 내가 그려지고 지워지며 미완의 모습 속의 1월이 있다. 무심하게 1월이 소리없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은 ‘하루’라는 시간을 무심하게 보내지는 않아야 할텐데…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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