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우리나라는 급속히 노령화되고 있다. 2025년이면 65살 이상 고령인구가 20.3%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2045년에는 일본을 넘어 OECD 회원국 중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이며, 당연히 한국 사회는 힘을 잃게 될 것이다. 한국은행은 2050년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 이하가 될 확률을 68%로 내다봤고, 2070년에는 총인구가 4천만 명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것도 평균수명이 높아지고 노령인구 비율이 높기에 가능한 것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세계 252국 중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0.8명대에 진입했는데, 2년 만에 0.7명대로 내려갔다. 2013년부터 10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 중이다. OECD 38국의 합계출산율 평균은 2020년 1.6명이며 1.0명 이하는 한국뿐이다. 고령화로 ‘잃어버린 30년’을 헤매고 있는 일본 (1.33명)보다도 낮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사라지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내놓았다. 한국의 합계출산율 0.7명을 언급하면서, ‘한 세대 200명이 다음 세대 70명으로 줄어드는 것’이라며 ‘이는 흑사병이 중세 유럽에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재앙 수준의 인구 감소, 극복할 수 있을까?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사실을 듣고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 정도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다’ 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인종, 성별, 계급 분야의 전문가이다.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는 지난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이 심각한 저출생 현상이 계속되면 인구 소멸로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첫번째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콜먼 교수는 2023년 5월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 심포지엄에서도 ‘인구 감소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동아시아에서 두드러진다’며 ‘이대로라면 한국은 2750년에 일본은 3000년에 인구가 모두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 (합계출산율)는 작년 0.78명으로, 이는 부부 100쌍(200명)에 자녀 수가 78명밖에 안 된다는 뜻으로, 200명이던 부모 세대 인구가 자녀 세대에는 거의 3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이다. 출산율 하락 속도는 2002년부터 2015년까지 1.2명 안팎에서 옆걸음치다가 2016년부터 작년까지 7년 연속 내리 하락했다. 통계청은 이 기간 혼인 건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및 고령화로 인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3년 1.7%에서 2050년 0%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희승 연세대 교수는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면 고령층에 대한 연금 지급이 급증하며 재정 부담이 커지고, 사회 전반에 기술 혁신 의지가 약해지고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저출산·고령화에 기업 인력난도 심해질 전망이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3년이 지나면 대기업도 중소기업처럼 구인난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25~34세 인구 감소 규모가 2015년 700만명에서 2021년 650만명으로 50만명 줄었고,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90만명 더 줄기 때문이다.

저출산 대응을 위해 정부는 2006년부터 16년간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280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출산율 하락 방어에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자금 투입만으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이 어렵고, 대신 노동, 교육 등에 걸친 사회구조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행도 일자리 양극화 해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안정, 수도권 집중 완화, 교육과정 경쟁 완화 등을 대책으로 꼽고 있으나, 여러 딜레마적 상황과 함께 실천이 쉽지 않다. 정부가 내년부터 비전문 취업비자 (E-9)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를 16만 5000여 명으로 늘리고 취업 허용 업종도 음식점업·광업·임업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만성적 인력난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과 몽골 출신은 식당에서 주방 보조로 일할 수 있고, 탄광 (광업)과 묘목장 (임업) 등도 외국인 채용이 가능해진다. 어떤 국가 출신이 E-9 비자로 음식점, 광업, 임업에서 일할 수 있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해당 국가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서비스업은 현재 중국, 몽골, 우즈베키스탄 출신만 취업이 가능한데, 정부는 다른 국가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임업은 전국 산림 사업 법인이나 산림용 종묘 생산 법인이면 외국인 고용을 신청할 수 있다. 광업은 연간 생산량이 15만t 이상인 광산 업체가 대상이다. 숙련된 노동자들이 출국-재입국 절차 등을 통한 끊임 없이 수련된 업무에 종사할 수 있고, 또한 중요한 것은 첨단산업 연구 및 제조에 참여할 고급인력들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한편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소기업들이 외국인력에 의존해 인건비 절감에만 집중하게 되면 산업구조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고숙련 외국인을 한국에 어떻게 머물게 할 것인지 등 좀 더 종합적으로 외국인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올리고 저기술분야에서부터 고기술분야에 이르기까지 자체적인 노동력을 키워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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