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종연

바람 불면
나무와 억지 이별에 못잊어 뒹구는 낙엽 따라 가고픈 시간
비가 오면
창문 밖 배경 삼아 지난 추억 끌어모아 블랙커피가 생각나는 시간
눈이 오면
마음 들떠 몇 겹 옷 걸쳐 입고 신발 챙겨 신고 몇 분 만에 들어와
큰 숙제 끝낸 아이처럼 헛웃음 치는 시간
같은 세상 같은 시간 같은 마음 아니
다른 장소 다른 행동 다른 세상을 사는거야
백세시대 어느 세월에 그 긴 세월 사나 했는데
어느 덧 중간 넘어가면서부터 언제 이렇게 나이 먹었나 싶다
두루마리 휴지처럼 어느 때 부턴가 대책없이 흘러
이제 인생 후반전에 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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