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태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오래 전에 들었던 우스갯소리 한마디. 처음 한국에 경차가 출시되고 많은 우스운 이야기들이 있었다. 가령 ‘도로에 껌이 붙어서 차가 달리다 붙어버렸다는 둥 씹던 껌은 타이어 펑크가 나면 때우기 위해 차내 필수품’이라는 둥, 작고 예쁜 모양의 경차가 귀엽고 예뻐서 그런 농담들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경차가 경제적인 이점뿐만 아니라 성능도 첨단기능을 탑재한 세단 못지않은 풀 체인지를 갖춰 웬만한 중, 소형차 못지않은 사양을 갖추고 있다. 그 중에서 <내비게이션>은 경차부터 중 대형차까지 갖춘 대표적인 장비로 이 또한 재미난 이야기가 많다. 일명 공포의 내비게이션이라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실제 무서운 이야기다.

길치라고 불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길눈이 밝은 사람도 <내비>를 이용하여 길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내비>안내원이 가라는 데로 가지 않고 다른 길로 가는 운전자가 있었다. “전방 10미터 부근에서 좌회전 하시오.” 운전자는 <내비>안내원의 말을 무시하고 직진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전방 20미터 부근에서 우회전 하시오.” 이번에도 무시하고 좌회전을 했다. 그러자 한참 잠잠하던 <내비>안내원이 다시 밝은 목소리로 경쾌하게 안내를 계속했다. 이번에는 모르는 길로 접어들어 내비안내원의 말을 듣고 운전했다. “전방 10미터 부근에서 직전 하시오.” 그곳은 깜깜한 절벽이었다. 깜짝 놀라 급정거한 운전자에게 내비안내원이 말했다. “조금만 더 갔으면 보낼 수도 있었는데...”

우스갯소리로 한참 회자되었던 내용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이와 매우 유사한 사례가 있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동료가 부친상을 당해서 포항에서 멀리 전주의 장례예식장까지 문상을 갔다. 퇴근하고 저녁시간이어서 시간이 많이 늦었다. 10시쯤 전주 장례예식장에 도착해서 문상을 하고 저녁식사 후 포항으로 다시 길을 나섰다. 이번에는 내비게이션을 켠 채 길을 나섰지만, 우측으로 보이는 큰 고가도로가 아닌 어두운 직진 방향을 안내하는 것이었다. 의아했지만, 큰길보다는 내가 모르는 무언가 있는가보다 하고 내비가 안내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이미 시간은 자정을 향하고 있었고, 마침 차량에 연료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다.

길을 달리다 보니, 주유소 안내 표지판이 계속해서 나왔다. 전방 5Km에 현대주유소가 있다는 팻말에 안심하고 달렸지만 문을 열지 않았다. 다시 달리니 3Km 전방에 SK주유소가 있다는 안내표지판에 살짝 긴장하며 가봤지만 역시 문을 닫고 깜깜했다. 이렇게 몇 군데 더 다니고 나니 이미 깊숙이 들어왔고 주위는 가로등 하나 없는 암흑천지의 죽은 도로였다. 아마도 새로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길이 개통되면서 옛(旧)길이 되었나 보다. 자동차 전조등을 꺼보니 주위가 그야말로 인적하나 없는 무서운 산 속과도 같았다. 왜 이런 길로 안내를 했을까? 이유는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것이었다. 최신의 정보를 갖추지 않는 안내만큼 위험하고 무서운 것이 없다는 것을 처음 깨닫는 순간이었다.

내비게이션이 작동하는 원리는 위성위치 추적시스템(GPS)용 송신 위성이 보내는 위치 정보를 자동차의 내비가 받아서 현재의 좌표 값을 얻는다. 이 좌표 값은 위도와 경도로 표시되고 실시간으로 이동방향과 속도, 거리 등을 확인하여 현재 위치를 나타낸다. 이 좌표 값에 국토지정보원의 지형도를 연결하여 전자지도와 수신한 좌표정보를 연결해서 길을 안내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도 업데이트 하지 않으면 공사 전, 후 혹은 새로 생긴 고속도로, 폐쇄된 도로 등의 정보까지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시제 상, 본인이 설치한 내비게이션보다 후에 공사를 하고 개통을 하는 경우 그 내비게이션은 무용지물이며 차라리 잘못된 길을 알려주는 공포의 안내자로 바뀌는 것이다.

지금은 차종마다 다르지만 대개가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되고 있다고 믿는다. 혹시라도 중소형차량의 출고용 내비게이션이나 아니면 개인적으로 구매를 해서 외부에서 장착하는 내비게이션의 경우 업데이트만큼은 수익을 창출할 생각을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이것은 사람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므로 차량 출고나 외부 장착이나 내비관련 회사들은 철저하게 이익은 포기하고 서비스를 해야 한다. 몇 푼의 이익을 위해 정작 자신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 위험한 순간에 처하는 경우는 반드시 피해야만 한다. 산 속 같은 칠흑의 어둠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며 공포에 떨었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때 내비 업데이트는 유상으로 처리되던 시절이었다.

흔히들 세상 사람들이 세 명의 여자 이야기를 잘 들으면 세상만사가 편하다고 한다. 어머니 이야기, 부인 이야기, 그리고 내비 안내원 이야기. 그리고 늘 업데이트를 생활화하는 자세. 자동차 내비 관련회사 사람들은 또한 안전에 최선을 다하며 서비스하는 그런 자세로 고객의 이야기를 잘 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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