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니카 수필가

얘, 너 아버지 오신다.
저거, 너 아버지냐?
자연 공부 하러 가는 길
나를 보고 손가락질하는 아이들.
산더미 같은 짐을 지고
아, 저기 아버지가 오시는구나.
햇볕에 그을린 흙빛 이마가 땀에 젖어 보인다.
얼마나 무거울까? 아이들이 자꾸 수군거린다.
남의 집 머슴이란다… 누가 하는 말소리.
고개 숙이고 걸어가는 내 얼굴이 화끈거린다.
어딜 숨어 버리고 싶다.
그러면서 마음 한구석에/ 치밀어 오르는 미움.
오냐, 그래 우리 아버진 머슴이다.
머슴이면 어쩔 테냐? 수군거리는 아이들의 얼굴에 침을/ 뱉어 주고 싶은 마음.
그러나 나는 여전히 얼굴을 못 들고
땅만 내려다보고 걸어간다. 아버지는 나를 보셨을까?
내 해진 바지와 다른 아이들의 잘 차린 옷을/ 견두어 보고
얼마나 슬퍼하셨을까?
아니, 보시지 않았을 거야./ 무거운 짐에 눌려/ 땅만 보고 걸어가셨을 거야.
아, 싸움터에 두 아들을 잃고,/ 빚 때문에 집도 팔고,
남의 논밭을 부치다가 품팔이를 하다가,/ 어깨에 굵다란 혹이 생기고
등에 시퍼런 멍이 드신 아버지.
그래도 강원도 탄광에서 일하다가/ 가슴을 앓고 드러누워 있는
이웃집 승규 아버지보다는 낫다 하시면서
밤마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내 걱정만 하시는 아버지…
그래, 너희들의 아버지는 모두/ 어떤 아버지들이냐?
너희들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
머슴살이하는 사람을/ 비웃을 처지가 되느냐? 나는 갑자기 두 다리에 힘이 올라
어깨를 확 펴고/ 하늘을 쳐다보며 걸었다.
무엇인가 자랑스러운 생각이 들어
나를 보고 수군거리던 아이들을 바라보고/ 빙그레 웃어 주었다.
그러나, 너무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골병이 들어 오래 못 산다는데…
남의 집 머슴을 사는 사람은 불쌍하다.
남의 머슴을 사는 나라가 불쌍하듯이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이오덕 선생님은 우리나라 교육자들의 참 스승이시다. 우리말인 한글을, 아이들을, 아이들의 생각을 너무나 귀중히 여기셨던 분이다. 우리나라, 우리 말을 널리 보급하려 애쓰셨으며 우리의 뿌리인 ‘아버지’를 일으켜 세운 시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자랑스러워진다.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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