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태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이 지면을 통해서 1970년대를 살며 그 때 그 시절, 추억에 대해 말해 왔지만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부끄러운 단어들도 있다. ‘야리끼리, 돈내기, 현합 그리고 독고다이 운전사.’ 어릴 적부터 숱하게 들어온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날치기, 봉합, 난폭함이 내포되어 있다. 먼저 ‘야리끼리’, 건설업계에서 사용하는 일본어투 용어인데, 사전에서 보면 ‘끝까지 해내다는 의미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떠맡은 일을 끝내는 대로 일을 마치는 것을 말한다. 이 용어와 함께 쓰이는 단어로 ’돈내기‘가 있다. 공사를 할 때 ’단위에 따라 일을 하고 품삯을 미리 정해놓고 하는 것‘을 말한다. 놀랍게도 우리말 사전에도 등재가 되어있는 단어이다. 물론 일을 할당함으로서 얻는 장단점은 있을 수 있다.

정해진 시간에 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점이 있어 효율성이 높고, 며칠씩 걸리는 일을 ’돈내기‘로 하면 몇 시간에 끝난다. 집중적으로 일을 쉬지 않고 몰아서 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작업방식은 우선 노동의 강도가 커서 작업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대 재해 법>과 같은 안전에도 문제가 있고 거대한 건축물이 중간에 힘없이 무너지는 장면을 목격할 때 공사에서의 과정도 무척 중요하게 생각된다. 오죽하면 예전에 회자되던 말로, 한국인은 일을 시키면 몸이 굳어버릴까 걱정이고 돈내기를 시키면 죽을까 걱정이라는 말이 있을까? 그만큼 우리에게 한 때 유행했던 용어이나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현합(現合)이라는 말도 한때는 현장에서 만연했었다. 본디 이 말은 마모된 부품을 수정할 때, 원래의 치수보다 벗어나기 마련이고 이 경우 현물맞춤으로 그 오차를 보상한다는 의미이다. 원래부터 일본은 기계공업이 뛰어나고 그 정밀도와 정도가 매우 높다. 그래서 측정기라든지 정밀 가공기계는 일본제품이 세계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철저하게 매뉴얼에 의거 작업하고 장인정신까지 불어넣어 제품을 만든다. 한 때 우리는 이렇게 매뉴얼대로만 하는 모습을 비웃고 융통성 부족을 조롱한 적도 있었다. 우리는 도면과 조금 틀려도 현장에서 모두 맞출 수 있는 융통성이 있다는 매우 위험한 생각을 했다. 요즘은 우리도 도면대로 매우 정밀하게 가공, 조립하고 품질관리에 철저를 기한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 기계가공의 위치가 대폭 상향되고 국제적으로도 기술력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특히 진입장벽이 높고 최고의 기술력으로만 살아남을 수 있는 방위산업을 봐도 알 수 있다. K-2 전차, K-9 자주포, F-50 경전투기, KF-21 차세대 전투기 등 말만해도 크게 성공한 기계 가공의 결정체가 이런 것이다. 주위 국가들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과거의 우리의 모습을 답습하는 나라도 있다. 아직도 일본은 기계가공에서 최상위국에 있지만, 후발 주자국은 창조적인 기계가공이나 정밀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 품질을 중시하고 늘 제품의 품질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옛말이 있다. 그것이 대형기계, 장치의 부품이라면 작은 것을 아끼려다 더 큰 손해를 본다.

마지막으로 ‘독고다이 운전사’라는 말이 있었는데, ‘독고다이’란 특공대라는 일본말로써, 과속난폭 운전하는 택시 혹은 그 운전자를 일컫는다. 1960년 대 초까지 일본에서는 ‘독고다이’ 택시가 판치는 불법이 수두룩했다. 당시 하네다 공항과 일본 도심을 오가는 택시는 거의 독고다이였으며 불법의 온상이었다. 당시 일본인 독고다이 운전자들의 수명은 채 5년이 되지 않았는데, 난폭운전으로 죽거나 심한 사고로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예의바르고 친절하다며, 특히 서비스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세계최고의 수준이라고 정평이 나있지만, 당시에는 큰 사회적 문제였다. 이러한 풍습이 고스란히 한국으로 건너왔고 우리의 70년대를 장악했다.

일본인들은 부끄러운 과거를 통해서 서비스업 중에서도 가장 모범적이라는 일본 택시업계를 바꾸었다. 일본 고유의 속성인 친절한 품성을 가지게 되고, 친절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운송문화가 자리 잡았다. 우리도 현재 택시업계를 비롯한 서비스업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어 친절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몇 몇 몰지각한 운전기사는 공항에서 한국을 찾는 초행길의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난폭운전도 서슴치 않는 경우가 간혹 있다. 과속을 일삼는 ‘독고다이 운전’, 친절과 정직, 안전이라는 서비스 정신을 뿌리째 흔들어 놓고 있어 하루빨리 그 대책이 시급하다.

대한민국 국민은 외지인이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민족이다. 사비를 털어서라도 우리나라를 찾아준 외국인을 챙기기로 유명하다. 국제공항 입구에서 부터 이러한 부끄러운 행태는 나라를 욕보이는 행위로 우리 모두가 규탄한다. 안전한 대한민국, 행복한 대한민국, 친절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우리 모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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