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록철학원 원장

▲ 서상록철학원 원장

한 해의 시작은 입춘이다. 2024년 양력 2월 4일은 입춘이고 甲辰년의 시작이다.
甲은 색상으로 표현하면 청색이고 숫자는 1, 6이요, 방위는 동방이다.
辰은 황색이요, 숫자는 5, 10 이고, 방위는 중앙이요, 동물로 표현하면 용(龍)이다.
그래서 갑진(甲辰)년을 청룡(靑龍)의 해라고 한다.

기세(氣勢)로 표현하면 甲은 쏟아 오르는 기운을 상징하고, 辰은 우레를 상징한다. 이를 주역괘로 전환하면 용(龍)이 힘차게 하늘로 승천하는 중천건괘가 된다. 중천건괘 중에서도 이 세상의 주인에 해당하는 5효에 해당된다.

5효의 효사는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飛龍在天, 利見大人)” 고 했다. 용이 다섯 번째 위(位)에 있는 [구오]는, 건괘의 주효(主爻)이며, 득중(得中) 득위(得位)하여 강건 중정한 덕을 갖추고 있고, 또한 인군(人君)의 자리에 처해 있으므로, 하늘로 승천하여 조화를 부리는 용의 상(象)이다. 구오는 스스로 아래의 어진 구이 대인(大人)을 만나 천하를 다스려나가는 것이 이롭다.

대인이란 어진 참모를 말한다. 발상을 전환하여, 4차산업 시대에 최고의 참모는 단연, 인공지능(AI)을 꼽을 수 있다. 챗GPT가 2022년 11월 말 공개되면서, 5일만에 100만 명이 이용했고, 6개월간 총 방문자 수는 9억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10% 이상이 한 번 이상 이용한 인공지능으로 자리를 잡았다.

비슷한 서비스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구글의 바드는 2023년 5월부터 한국어도 지원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스프트는 검색 엔진 빙(Bing)을 인공지능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했으며, 미드저니, 달리2 등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 역시 사람들의 창작 영역을 넘보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23년 8월 말 네이버가 인공지능 하이퍼클로버X를 공개했다.

필자도 블로그를 쓰거나 유튜브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프롬프트에 "나는 지금 포항에서 철학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포항철학관이라는 키워드를 3번 반복해서 1500자 블로그를 작성해줘" 라고 하면 정확하게 블로그 글을 써준다. 그리고 유튜브 시나리오 작성에도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편리하게 인공지능을 활용하지만, 가끔 맥락과 무관하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마치 옳은 답처럼 내 놓는 할루시네이션 현상을 경험하곤 한다. 아직은 인공지능으로 글을 쓰거나 자료를 수집할 때 사람의 검증이 필요 하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사람의 손길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고, 마지막은 사람의 검증을 거쳐서 완성 된다는 것이다. 일부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단지 시기를 늦출 뿐이다.

자동차가 나오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사고를 우려했고, 영국에서는 마차가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자동차는 그 뒤를 따라가는 ‘붉은 깃발법’을 만들었지만, 이는 결국 자동차 발명국인 영국의 자동차산업이 독일이나 미국에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비룡재천(飛龍在天), 이견대인(利見大人) 즉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고 했다. 인공지능이라는 대인(참모)을 잘 활용하면 나는 용이 될 수 있고,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현실에 안주하는 이무기가 될 수 도 있다. 결국 선택은 우리들 자신의 몫이다. 갑진년 청룡의 해의 화두는 인공지능의 활용이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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