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열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지방 의사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장학금·수련비용·거주비용을 지원받은 의사가 일정 기간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필수의사제'를 추진하고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필수의료 수가(의료행위 대가)를 집중적으로 인상하는 한편 모든 의료인의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에 대한 공소 제기를 면제해주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추진하는 것 등이 골자다.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이 4대 개혁 과제로 제시됐다. 의대 정원 증원 규모나 막대한 재원 마련 방안 등에서 구체성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방향성은 옳다고 평가한다.

이번 대책은 의료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이 특징이다.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의 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형사처벌특례법 도입, 필수의료 보상 강화 등이 그것이다. 환자·시민단체 반발을 무릅쓰고라도 의료인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 진료에 집중할 안정적 환경을 조성하고 보상을 강화해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절박함이 읽힌다. 환자단체들이 "지금도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은 전문성·정보의 비대칭이 특징인 의료 분쟁에서 절대적 약자"라며 "의료사고의 증명 책임을 피해자에서 의료인으로 바꾸는 입법부터 추진하라"고 즉각 반발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의료계도 숙원 사항이 어느 정도 관철된 만큼 의대 정원 증원 등의 문제에서 전향적 입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의 현상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소아, 분만, 중증·응급 등 필수의료 인력 부족 탓이 가장 크다는 점은 분명하다. 의대 정원 증원에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객관적·과학적' 정원 규모 등에 대한 진지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이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각오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의료사고특례 도입, 필수의료 수가 인상 및 재원 마련, 수련·면허 개편, 지역필수의사제 추진, 지역의료기금 조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정부는 다소 반발이 있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첫 번째 책무라는 점을 명심해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토론회에서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 개혁이 일부의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또한 의료인력 확대 문제를 놓고 더는 '집단행동' 운운해서는 안 된다. 의료·건강권을 볼모로 최대한 실리를 거두려는 협상 전략일 수는 있겠으나 직역 이기주의 행태에 대한 국민적 인내가 임계치를 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오직 국민만을 염두에 두고 머리를 맞대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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