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명예교수

로스앤젤레스는 한국의 도시들과 달리 크게 확장되어 있고 자가용 자동차 없고 도시 내 고속도로인 후리웨이 없이는 효율적인 이동이 힘들다. 미국인들은 흔히 그들의 꿈이 ‘3개 침실과 2개의 화장실, 그리고 2개 주차공간을 지닌 차고가 있는 교외 단독주택을 소유’하는 것이라고들 이야기하고 있었다. 물론 아름다운 정원수와 화초들을 지닌 앞뜰과 뒤뜰이 있기 마련이고, 또한 수영장이 있는 경우도 흔하다. 일부 교외지역에서는 2만 스퀘어 피트 (562평) 이상의 대지를 지니면 말을 키울 수도 있다. 이러다 보니 도심 일부지역 이외에는 고층건물이 크게 없고 도시가 크게 확장되기 마련이다.

비행기를 타고 LA공항에 내리기 10분 전부터 창문을 통해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끝없이 이어진 도심과 교외지역의 저층건물들과 격자형 거리의 모습이다. 캘리포니아 자체가 우리 한반도 보다도 크지만 남가주로 불리는 로스앤젤레스 메트로폴리탄만 해도 남한의 절반 크기는 될 것인데, 인구 450만의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150개의 작은 도시들이 모여 1,500만명이 모여 사는 권역을 이루고 있다. 각 도시마다 시청과 시의회가 있고 각자 자치를 행하고 있지만, 이 지역의 중심은 어차피 로스앤젤레스 도심지역과 주변 부도심들인데, 각 지역들이 거미줄같이 얽힌 고속도로망으로 얽혀있다.

이 지역에 사는 인구 1,500만명이 아마 800만 정도의 가구를 이루고 있을 것인데, 공공교통체계가 부실하므로 각 가구가 2~3대의 자동차를 지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하여 고속도로는 크게 혼잡하다. 출퇴근시간대는 교통체증이 극심하여 문제가 크지만 평소 시간대에도 많은 지역의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의 체증이 심한 편이다. 필자의 집에서 LA공항까지는 2번, 5번, 110번, 105번 등 여러 후리웨이를 바꾸어 타며 50분 정도가 소요되고는 했는데, 요즈음은 러시아워가 아닌데도 빠르면 1시간 정도이나 대부분 체증이 심하여 1시간 15분 정도가 걸린다. 특히 공항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체증이 심해 거기서 마저 15분 정도를 더 지체하는 경우도 있다. 5~60년 전에는 최신의 공항이었을지 모르나, 그 당시는 지금과 같은 자동차의 증가를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LA공항은 끊임없이 공항 시설 및 교통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지만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번 미국에 머물면서 두어차례 1시간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오렌지카운티 얼바인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러시아워에는 2시간은 걸리게 되므로 이를 피해 오전 10시에 떠나고 밤 10시에 되돌아왔는데, 그래도 차들이 매우 많고 혼잡했다. 속도제한은 55마일이지만 모두들 8~90마일로 달리는 듯 보였다. 밤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데, 대형트레일러를 포함하여 많은 차들이 4~5차선인 후리웨이를 꽉 채우고 있었는데, 모두들 거칠게 운전을 하여, 한마디로 ‘전쟁터’와 같이 느껴졌다. 당연히 새치기 운전도 많고 교통사고도 잦을 수밖에 없다. 이곳은 한국과 같이 카메라로 속도 단속을 하지 않고 언제나 교통경찰이 직접단속을 한다. 그리고 음주운전 등으로 차가 불안정하게 운전되거나, 90~100마일 혹은 그 이상의 속도가 아니라면 차량소통이 잘 되는한 그대로 두는 것 같다. 혼잡과 정체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니까. 요즈음 각 차량에 네비게이션이 장착되고 핸드폰으로 좀 더 나은 내비게이션 기능이 가능해 운전자들이 체증이나 사고를 피해 좀 더 효율적인 운행을 할 수 있게 되었기도 하다. 앞으로 ‘자율운전기능 장치’가 더욱 발전되고 장착되어 차들간의 거리가 유지되고 충돌의 위험이 적어진다면 운전자들의 스트레스가 많이 가셔질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나 가능할지 나이가 들어가는 필자로서도 조급하게 기다리는 바이다. 필자는 자주 25마일 거리인 코리아타운에 다녀오는데, 2번 후리웨이를 타고 로컬 도로인 알바라도를 타게 되는데, 이 도로는 도로 요철도 심하고 차가 많이 막힌다. 특히 호수가 있고 팜추리가 자라는 메카서파크 인근의 도심은 히스패닉 노점상들과 홈리스들이 모여 있어 무단으로 차를 세우고 무단횡단을 해서 교통사고의 위험과 함께 체증이 심하다. 이 갈매기들이 날아드는 아름답던 이 공원이 제3세계의 도시와 같은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주변의 코리아타운과 실버레이크 빌리지 등도 이러한 영향이 심해지고 있으니 문제이다.

가장 부유한 나라 미국에서 그것도 환태평양의 중심도시 역할을 하는 로스앤젤레스가 이러한 교통문제로 인해 그리고 비효율적인 토지이용체계로 인해, 가장 불안하고 위험한 도시로 변해가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크다. 한국의 서울을 중심으로한 수도권처럼 지하철과 버스 등 공공교통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도시가 너무 확장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그 비용을 감당 못하고 민간에서도 투자이익을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의 경우는 토지이용 집적도가 높고 대규모 고층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인구가 집중되고 있어서 대도시들의 경우에는 지하철 및 다양한 민간버스 노선들이 잘 개발되어 있다. 한국 대도시의 교통체증이 심하다고 하지만, 크게 확장된 로스앤젤레스 지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금 이러한 도시구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성해가야 할 것인지 연구들을 하고 있으나 해결이 쉽지 않다. 네이버후드/보행자 중심 개발을 강조하는 뉴어바니즘, 교통거점 중심개발 (Transit-Oriented Development), 파크 앤 라이드 (Park & Ride), 직주근접 (Job-Housing Balance) 등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그러한 교통체증에도 불구하고 개별 운전을 선호하고 단독주택을 원하는 이들이 많은 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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