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태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무협지, 70·80년대를 살아온 남정네들에 이 단어처럼 설레는 것도 없을 듯하다. “일갑자(一甲子)의 내공을 수련한 장문은 격공섭물(隔空攝物), 즉 내공을 이용해 손을 대지 않고 상대 자객의 목숨을 취한다. 검환(劍丸)의 기운으로 검 전체의 기운을 구슬만한 점에 집중시켜 격공장(隔公掌)을 터트렸다.” 로 시작되는 무협소설. 친구들과 골방에 모여서 무협지를 읽지 않으면 대화가 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는 무협소설 뿐만 아니라 무협영화도 무척이나 유명했는데, 그 영화들을 일렬로 이루 나열할 수 가 없을 만큼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 설레게 좋아했던 무협영화가 있었는데 바로 백인도장(百忍道場)이었다.

영화의 내용은 ‘귀견수’라는 자가 백인도장의 장문을 살해하자 그의 제자들에게 비참한 죽음을 맞으며 ‘추혼검’이라는 신검을 빼앗긴다. 후에 귀견수의 사제인 ‘용대천’이 추혼검을 되찾기 위해 백인도장을 찾아온다. 흥분한 문도들은 용대천을 포위하고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들었으나 모두 사망한다. 제자들이 모두 목숨을 잃자 백인도장의 장문은 용대천과 마지막 승부로서 서로 검을 겨눈다. 그러나 무예가 출중한 용대천을 당해낼 재간이 없자 검은 구름사이에 햇빛이 비치는 순간의 대결에 승부를 건다. 천하의 ‘추혼검’은 신검으로서의 소재보다 태양을 등진 ‘용대천’에게 칼날을 이용, 빛을 쏘아서 눈을 뜨지 못하게 한 후 공격한다. 결국 용대천은 죽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인류의 발전 역사를 살펴보면, 전쟁의 역사와 서로 상통하며 그 맥이 닿아있다. 돌을 이용한 마제석기시대부터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를 지나오며 자신의 부족을 지키고 타 부족을 정복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더욱 더 강한 무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돌보다는 청동이 우세했고, 청동보다는 철이 더 강한 무기를 만드는데 쓰였다. 최초 광석에서 얻은 철은 순철이라고 해서 무기로서의 역할을 할 수가 없다. 그 곳에 얼마간의 탄소를 넣고, 또 열을 올리고 내리면서 금속의 내부에 어떠한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영국의 금속공학자 로보츠 오스틴 경이 발견한 철의 구조 중에서 ‘오스테나이트’라는 결정구조가 1148도에서 2%의 탄소 고용도를 가지는, 즉 현재 강철이 갖는 성질을 갖고 있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의 연구소에서는 신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소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향 후 우리의 먹거리는 신소재와 AI로 대변되는 인공지능이 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저 위에서 말한 1970년도 무협영화에서는 벌써 신검(神劍)의 범주로 빛을 이용한 신공(新攻)이 나왔다. 세월은 한참이나 흘러서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당시 그 영화에서 말한 빛을 이용한 공격의 선견지명에 놀란다. 이미 1921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빛의 광전효과라는 것으로 빛의 입자성을 가정하고 설명, 입증하여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포항 가속기연구소에서는 빛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최근 한국우주항공(KAI)에서 KF-21의 개발이 진행 중이고 그와 별개로 세계는 6세대 전투기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세대별 전투기를 나눌 때 4세대와 5세대는 고성능 항공전자인 AESA 레이다와 초음속 운항 그리고 스텔스 기능을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6세대 전투기는 인공지능(AI)과 유무인 협엽, 지향성 고에너지 무기가 그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등장하는 지향성 고에너지 무기가 바로 빛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다. 항공기에 탑재가 되는 지향성 에너지 무기는 레이저 및 마이크로 웨이브 방식의 빛의 파장을 가진 영역대의 에너지를 채택한다. 레이저 빔을 표적에 집속하는 무기체계로 매질에 따라 고체, 액체, 기체 레이저 방식이 있다.

특히 이중에서 고체 레이저 중에서 발진 효율 및 냉각특성이 좋은 그리고 소형화가 가능한 광섬유 레이저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이 되고 있다. 즉 빛을 이용하여 표적을 탐지하고 위치를 확인하여 타겟을 추적하고 조준, 발사하여 파괴를 시키는 시스템으로서의 무기운용이 6세대 운용방식이라고 말한다. 아직도 빛을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의 연구가 필요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보상 기술도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어려운 점도 남아있다. 소형 경량화된 무기체계에서 고출력의 에너지를 발휘해야하며 대용량의 전원 공급 장치 및 냉각 대책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그 옛날 무협영화에서 비기로 쓰이던 그 신의 검법과 기술이 빛을 이용한 공격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다시 그 영화를 보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까까머리 고교생으로서 마른침을 삼키며 보던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6세대의 최첨단 공격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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