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자 문 한동대 명예교수

 포항시의 시화는 장미이며, 시목은 해송, 그리고 시조는 갈매기로 되어 있다. 흔히 각 도시들은 시화, 시목, 시조를 지정하는데, 이들은 그 도시를 상징하는 마스코트 같은 것이다. 이는 도시중장기계획인 도시기본계획을 세울 때 그 도시의 발전비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시화인 장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 한다. 지난 1995년 시민공모를 통해 여러 대상 꽃 중에서 '사랑'과 '애정'이라는 꽃말을 가진 장미가 3월 15일 포항시 지역상징물심의위원회에서 지정됐다. 포항시는 장미는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아 꽃말은 ‘사랑’을 뜻하며, 베풀 줄 아는 시민이 되길 바라는 의미와 더불어 세계화로 도약하는 철강도시의 끓어오르는 용광로처럼 시민의 정열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 시화를 장미로 지정한 도시들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포항 보다 규모가 큰 인천과 울산이 이에 해당하는데, 그 이외에도 40여개의 지자체들이 장미를 시화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이를 세계로 넓힌다면 수도 없이 많은 도시들이 장미를 시화로 지정하고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는 장미는 고대 그리스·로마시대부터 서아시아에서 여러 지역의 야생종들이 자연교잡에 의해 변종이 생겨났고, 이들이 르네상스 시대에 걸쳐 주로 유럽 남부에서 재배되었다. 이후 유럽인들이 청나라로부터 월계화 (Rosa Chinensis)의 품종을 도입하여 기존 유럽 품종들과 교배시키면서 현대 장미 품종들의 기반이 잡혔다. 지금까지 장미는 2만 5천여 종이 개발되었으나 현존하는 것은 6~7천 종이며, 해마다 200종 이상의 새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관상용 장미는 주로 정원이나 공원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또한 집안 곳곳에 장미꽃을 꽂아 집안을 장식하는 용도로 쓰기도 한다.

장미 향은 ‘달콤하다’, ‘향긋하다’ 등 보편적인 단어로 표현되는 것 보다 독자적으로 ‘장미향’으로 불리며 특유의 느낌으로 표현되고 있다. 신선한 레몬향 내지 여러 종류의 파우더향, 나무향, 과일향, 혹은 여성적이고 깨끗하며 강렬한 로맨틱함을 풍기는 향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장미는 겹꽃잎이 화려하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꽃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독보적인 존재이다. 고대 로마시대에 장미는 아름다움과 신비의 상징인 ‘아프로디테’가 거품 속에서 태어날 때 함께 피어난 꽃이라고 하며, 그녀가 땅을 아름답게 하고자 그리스의 로즈(Rose) 섬에 꽃씨를 뿌렸고, 그 아름다움이 아프로디테를 닮아 장미는 사랑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장미꽃은 플라워 케이크나 화전 등 식용 꽃으로 재탄생한다. 최근에는 음료나 차로도 생산되고 있다. 이 장미차는 여성에게 좋은 효능을 지니고 있는데 폐경이나 변비 등에 효과적이고 비타민C가 많아 노화방지 및 피로회복에도 좋다고 한다. 특히 장미꽃의 다양한 색상을 내는 안토시아닌은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콜라겐 형성을 촉진하며 베타카로틴은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미는 비타민 C가 레몬의 20배, 에스트로겐이 석류의 8배, 비타민 A가 토마토의 20배 정도 함유되어 있어 피부 보습과 피부재생 및 진정에 효과적이다. 장미향은 우울증을 낫게 하고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켜 주고 두통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장미가 포항시의 이미지와 맞지 않으니 시화로 해국을 천거하는 이들도 있다. 해국은 세계적인 해양도시를 꿈꾸는 포항과 바다 국화라는 이미지와도 걸맞고 외래종인 장미는 로열티를 물고 있는 원예종 품목으로 묘목 가격이 비싼 것에 비해, 지역의 자생식물인 해국은 번식도 용이해 해변이며 내륙지역에 두루 식재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는 주장이다. 사실 장미를 시화로 선정하고 오랫동안 포항시내에서 장미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포항시가 2016년부터 장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시화에 걸맞게 장미공원도 조성하고 가로변에도 장미를 심는 등 대대적으로 장미를 가꿔 나가기 시작했다. 포항시는 천만송이 장미도시 조성을 위해 2017년부터 영일대와 형산강장미원 등 30여 개소와 형산강변과 동빈나루 등지에 3.5km에 달하는 장미거리를 조성하는 등 총 8만 본에 달하는 장미를 심어 왔다.

포항 도심 곳곳에 시화인 장미꽃이 만개하며 매력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영일대 장미원, 형산강 장미원을 비롯해 주요 가로변과 녹지대마다 각양각색의 장미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필자도 영일대 장미원에 자주 가지만 거주지인 양덕동 아파트단지 담장에서도 큰 흑장미는 물론이고 앙증맞은 덩쿨장미 작은 꽃들을 감상하고 있다. 직장인 한동대 캠퍼스에도 붉고 흰 장미만이 아니라 연분홍의 해당화가 만발해 있어서 사진도 찍으며 감상에 젖기도 한다. 시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이 아름답고 강렬한 색과 향기의 장미가 새롭게 태어나는 포항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목도 해송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꾸준히 정진해가는 첨단분야 연구원들과 산업전사들의 이미지와 오히려 잘 닮아있어 보인다.

시조인 갈매기도 ‘리차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갈매기 조나단’처럼 창공을 높이 날며 자유로움과 새로움을 찾아 나서는 포항인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포항시를 비롯한 민관산학은 시화인 장미를 좀 더 많이 키워내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포항의 고유 품종도 키워내고, 장미로 음료, 화장품 등을 지역 브랜드로 생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선 2024년에는 장미를 테마로한 사진전, 미술전, 꽃꽂이 전시회 등이 전국적인 규모로 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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