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태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닭장 그리고 자유, “단 하루라도 자유민으로 사는 것은 노예로 100년을 사는 것보다 행복하다” 발람은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와 만나 새로운 아시아인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외쳤다. 이 이야기는 최근 인도 영화를 통해서 본 섬뜩한 줄거리의 내용을 가진 빼어난 수작이었다. 2021년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인도 영화이자 인도의 ‘불가족천민’인 맑은 눈동자를 가진 하층민 청년 <발람>의 핍박과 그가 살아가는 잔혹하리만큼 전율적인 이야기이다. 인도는 점점 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사회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법적으로는 폐지가 되었지만 여전히 풍속으로 남은 카스트제도를 발견하고는 스스로 놀라고 만다.

이 작품은 빈부격차와 카스트제도가 남아있는 인도의 현실이 고스란히 투영되어있다. 주인공 <발람>은 인도의 아주 작고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다. 대가족이 한 곳에 모여 살며 벌어온 돈은 모두 할머니에게로 들어간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발람>은 매우 총명하며 다른 학생들과 차별성을 가져 선생님으로부터 큰 칭찬을 들으며 발람에게 100년에 한 마리만 태어난다는 ‘화이트 타이거’라고 칭찬한다. 또한 델리에서 공부하게끔 도와주고 장학금을 받아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도와주지만 할머니에 의해 꿈이 좌절되며 노동일을 하게 된다. 그 가운데서도 총명한 머리와 착한 심성으로 돌을 깨는 작업을 하는 일을 맡아 청년이 될 때까지 그 일을 한다. 그 곳을 닭장이라 부른다.

우연히 찻집에서 손님들의 대화를 엿듣다가 신분 상승의 기회로 동네 지주의 아들의 운전기사로 취업하기로 결심한다. 할머니에게 어렵게 빌린 돈으로 운전을 배우고 지주의 집으로 가서 아부를 하며 운전 기사 자리를 얻게 된다.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온 동네 지주의 아들은 가업을 잇기 위해 정치인에게 뇌물을 뿌리며 부정한 일을 저질러도 묵묵히 지켜보며 그를 지켰다. 그러다 미국에서 함께 공부한 아들 부인이 술을 마시고 차를 몰다 차에 치어 어린아이가 즉사하게 된다. 자신을 벌레처럼 보던 지주 가족이 나타나 따뜻하게 대해주며 자신이 운전한 것으로 해 달라고 강요했다. 착하디 착한 <발람>은 바보처럼 어쩔 줄 모르며 그리 하기로 했다. 정작 사고를 낸 아들 부인은 죄책감에 부끄러워하며 미국으로 떠났다.

집요하게 지주의 아들과 며느리를 지키기 위해 경찰을 매수하고, 길거리에 쓰러져 죽은 아이를 외면하고,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일삼고, 급기야 <발람>에게 협박하며 가진 자의 위력과 오만, 무모함과 거침없음을 보여주며 전율에 떨어야 했다. 그 와중에 할머니를 포함한 발람의 가족들은 손자의 안위보다는 그저 매월 보내주는 몇 푼의 돈이 더 중요한 가족이라고 부르기도 역겨운 사람들이었다. 영화 전편에 내내 흐르는 주인공 발람의 맑은 눈동자와 눈물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져오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급기야 발람은 마지막에 운전자 바꿔치기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힌다. 지주의 폭력과 협박이 도를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한 가운데 발람은 지주의 아들을 살해하고 만다.

그리고 그의 차에 들어있던 돈을 가지고 ‘벵갈루루’라는 도시로 도망을 가서 택시 사업을 하게 된다. 그동안 뇌물을 상납하던 과정을 보고 있었던 명석한 두뇌의 화이트 타이거인 발람은 지주의 아들이 했던 것과 똑같이 정치인을 매수하여 택시회사를 인수하게 된다. 택시의 서비스를 높이고 자신이 고용한 택시 기사들을 가족처럼 대하고, 종교라든지 사생활은 전혀 관여하지 않고 계약서를 정식으로 체결하고 대우한다. 교통사고도 자신이 뒤처리를 다 하고, 사망한 유족에게는 큰 돈을 위로금으로 주고 그의 가족을 고용해 생계를 잇게 해 준다. 이러한 책임 있는 기업가의 모습으로 엄청난 부자가 된다. 영화의 말미에서 자신의 고향에서 일가족 17명이 살해되었다는 기사를 본다.

순간, 악독한 동네 지주가 자신의 아들을 죽인 발람을 찾기 위해 그의 가족 모두를 죽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발람은 자신의 꿈을 짓밟고 착취하고 최고의 절망 속에 빠졌을 때도 자신을 외면하고 더 어두운 구렁텅이로 빠트리려고 했던 가족들을 떠올리며 슬퍼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유일하게 자신을 따라 온 조카는 삼촌을 따르며 삼촌의 지원을 받아 학업에 매진한다. 그는 성공한 CEO로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를 만나 새로운 시대를 주장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단 하루를 살더라도 자유민으로 사는 것이 노예로 사는 100년 보다 행복하다“라는 말을 남긴 채... 한 동안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영화가 이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고, 그 착한 청년이 악인이 되어가는 과정, 혹은 냉혹한 사업가로의 과정, 규명하기 어렵다.

사람 위에 사람이 있고, 사람 아래 사람이 있는 이 사회의 어두운 현실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이 짧은 영상을 통해 그리고 전율을 통해 몸서리치게 느낄 수 있었다. 100년 만에 한 마리만 태어난다는 <화이트 타이거> 이 영화의 제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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