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부영그룹 사례와 관련해 출산장려금을 받은 직원 가족이 가급적 세금을 적게 내고, 법인도 손금(損金) 산입 등을 통해 법인세 부담을 덜도록 하는 방안을 여러 시나리오에서 강구하고 있다. 앞서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자녀 70명에게 1억원씩 총 70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했다. 연년생을 출산하거나 쌍둥이를 낳은 직원 가족은 2억원씩 받았다. 일부 지자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순차적으로 1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경우는 있지만, 기업이 한꺼번에 1억원을 주는 것은 업계 처음이라고 한다. 문제는 돈의 명목을 '증여'로 해석하면 1억원을 받은 직원 가족은 증여세율 10%가 적용돼 1천만원만 내면 되지만, 기업은 손금·비용 처리되지 않아 법인세 2천640만원을 떼고 줄 수는 없으니 이를 고스란히 추가로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반면 출산장려금을 '근로소득'으로 보면 기업은 비용 인정받아 세 부담에서 벗어나지만, 직원은 많게는 4천180만원을 떼이게 된다. 어느 쪽이건 지원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슷한 출산장려 정책을 시행하려던 다른 기업들도 '세금 폭탄' 탓에 멈칫멈칫하는 실정이라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모처럼 한 기업이 불붙인 공익적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법·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 기업과 직원 가족 모두 파격적이라고 할 정도의 세제 혜택을 줘야 유사 사례가 활성화하는 유인책이 될 것이다. 현행 세법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면 정치권이 지혜를 짜내야 한다. 다행히 여야는 저출생 문제를 의제로 정책 대결, 공약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이들이 공통으로 내건 '결혼·출산·양육 지원'과 '일·가정 양립'을 실현하려면 일터 또는 직장인 기업의 협조와 동참이 전제돼야 한다. 정치권은 기업의 출산장려금 지급 등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제공, 출산·육아 휴가·휴직제도 의무화 및 신청 즉시 자동 개시,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한도 증액, 아동수당 도입 및 관련 재원 마련 등 여러 공약 사항을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려 패키지로 협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 공통·종합 방안을 도출하길 기대한다.
연합뉴스
webmaster@dkilbo.com